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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름 붙이기 전 사라진다...앙골라 '형광 거미'가 던진 경고

최근 앙골라의 외딴 고원에서 형광빛을 내는 새로운 거미 종을 비롯해 다수의 신종 가능 생물이 발견됐다.

최근 앙골라의 외딴 고원에서 형광빛을 내는 새로운 거미 종을 비롯해 다수의 신종 가능 생물이 발견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최근 앙골라의 외딴 고원에서 형광빛을 내는 새로운 거미 종을 비롯해 다수의 신종 가능 생물이 발견됐다. 오랜 내전으로 접근이 제한됐던 미개척 생태계에서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제 막 존재가 알려진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생물을 발견하는 속도보다 자연 파괴가 더 빠른 현실 속에서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보이지 않는 멸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앙골라 외딴 고원서 신종 수십 종 발견

아프리카에서 생물다양성이 거의 조사되지 않았던 마지막 미개척 지역 가운데 하나인 앙골라 동부 리시마 고원(Lisima Plateau)에서 수십 종의 생물이 새롭게 발견됐다.

국제 자연보전단체 ‘The Wilderness Project’가 지난달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생물다양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진은 신종으로 추정되는 잠자리 8종, 메뚜기류 3종, 나방과 나비 약 60종을 발견했다.

리시마 고원은 아프리카 4대 주요 강인 콩고강, 오카방고강, 잠베지강, 콴자강의 발원지를 형성하는 핵심 수자원 지역으로 오랜 내전과 극심한 접근성 문제로 수십 년 동안 과학적 탐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아프리카 현지 연구자와 해외 연구자 16명으로 구성된 탐사팀이 지난 2월 현장 조사에 나섰다. 연구진은 해당 지역을 ‘아프리카의 갈라파고스’라고 표현했다. 외부와 오랜 시간 격리되며 독특한 진화를 이어온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의미다.

이번 신종 발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자외선 아래에서 선명한 푸른색 형광을 내는 거미다. 해당 종은 아직 정식 학명이 부여되지 않은 미기록종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무당벌레를 흉내 내는 거미도 잠재적 신종 후보로 확인됐다.

그러나 발견의 흥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리시마 고원 주변에서 산림 벌채와 화전 농업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이에 이제 막 존재가 알려진 생물들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인간 활동으로 서식지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탐사 책임자인 생태학자 롭 테일러(Rob Taylor)는 “이번 조사의 목표는 단순히 신종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종들이 살아가는 서식지를 보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는 국제사회가 오래 전부터 경고해온 생물다양성 위기의 핵심이다.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19년 글로벌 평가보고서에서 현재 약 100만 종이 멸종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인간 활동으로 인한 종 감소 속도가 자연 상태보다 수백 배 빠르다고 분석했다. 특히 곤충류나 균류, 심해 생물처럼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생물군은 실제 멸종 규모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를 ‘숨겨진 멸종’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알고 있는 종이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들이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현상이다. 지금 진행되는 제6차 대멸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들만의 위기가 아니라 인간이 끝내 존재를 알지 못했던 생명들의 소멸까지 포함하는 훨씬 더 거대한 사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발견되지 않은 생물에 대한 조사 부족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속도 자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미발견 멸종 시대…개발 현장서 사라지는 생물다양성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매년 수십 종의 신종과 미기록종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역시 생물 조사보다 개발이 먼저 진행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1991년 시작된 새만금 개발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갯벌 간척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사업 초기에는 해당 갯벌의 생태 가치가 충분히 평가되지 않았다. 이후 연구가 축적되면서 이 지역이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해 도요물떼새 수십만 마리가 거쳐가는 동아시아 핵심 철새 이동 경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미 상당수 갯벌이 사라진 이후였다.

최근 논란이 이어지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 역시 비슷하다. 환경단체와 일부 연구자들은 가덕도 일대가 주요 철새 이동 경로이며 해양생태계 측면에서도 정밀한 장기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개발사업은 여전히 생태 조사보다 사업 일정이 우선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발견되지 않은 생물에 대한 조사 부족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속도 자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생물종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해서 아무리 많은 분류학자가 평생 연구한다고 해도 지구상 모든 생물을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문제는 인간이 생물을 발견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서식지를 바꾸고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국내 생물 연구도 많은 공백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생물군에 연구자가 있는 것이 아니며 상대적으로 연구 인프라가 부족해 오랫동안 방치된 분류군들이 있다”며 “결국 무엇이 발견되느냐는 사회가 얼마나 생물다양성과 기초 분류학 연구에 관심과 자원을 투자하느냐와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김일권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박사도 새로운 종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느리고 복잡한 작업임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현장에서 새로운 종을 채집하더라도 수많은 표본을 분류하고 기존 기록과 비교한 뒤 형태 분석, 내부 구조 비교, 필요하면 DNA 분석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신종 확인에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계절 변화와 개체군 이동, 번식 주기 등을 고려하면 수년 단위의 장기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 대상지를 미리 정해 찾아갔는데 이미 벌목이 끝나 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경우도 실제 적지 않다”며 “조사 과정보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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