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AP·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매우 짧은 단기 원정(excursion)이 될 것이다.”
한달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침공의 포문을 열며 던진 이 한마디는 이제 세계 경제의 거대한 재앙을 예고한 실언으로 기록될 처지에 놓였다. 4~6주면 충분하다던 백악관의 장밋빛 시나리오는 개전 한 달을 맞은 28일 현재 끝을 알 수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으로 변질됐다. 전쟁의 여파를 ‘작은 멈춤’ 정도로 치부했던 트럼프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도, 지구촌은 중동의 좁은 바닷길 하나가 세계 경제의 숨통을 어떻게 조일 수 있는지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에너지 시장의 평온이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배럴당 6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단숨에 130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이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합친 것보다 파괴적이라는 평가다. 유가 폭등은 도미노처럼 기업의 생산 단가를 끌어올렸고 이는 다시 소비자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가 결합한 ‘공급 쇼크형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며 중앙은행들의 통제력을 상실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자본시장의 비명은 더욱 처절하다. 인공지능(AI) 혁명에 기대를 걸고 고공행진하던 글로벌 증시는 한달 만에 시가총액 11조 5797억 달러 우리 돈 약 1경 7000조원을 허공에 날려 보냈다. 전쟁의 포화가 실물 경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는 셈이다. 미 국채 금리가 연 4.4%를 넘어서며 ‘고금리 장기화’가 고착화되자 시장에서는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군사적 승리가 곧 전쟁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던 트럼프의 계산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압도적 화력으로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면 친미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는 구상은 이란의 끈질긴 ‘비대칭 교란 능력’ 앞에 무력해졌다. 이란은 직접적인 전면전 대신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국 산유 시설 정밀 타격이라는 전략적 카드로 전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했다. 그 결과 필리핀이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우방국들의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고물가에 따른 여론 악화라는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백악관. (연합뉴스DB)
현재 백악관은 발전소 공격 보류 시한을 연장하며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나 양측이 제시한 종전 조건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핵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주권 보장을 외치는 이란 사이의 간극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미 육군 제82공수사단의 이동 소식에 묻혀 더욱 아득해지고 있다. 1500만 민간인이 단전과 단수에 시달리는 인도주의적 비극 속에서 맞이한 이란전 한달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초래한 가장 비싼 ‘전쟁 청구서’를 전 세계에 들이밀고 있다.
전쟁의 포화가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달 만에 극적인 종전 협상의 물꼬가 터질지 주목된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이란 양측이 간접 접촉을 거쳐 곧 파키스탄에서 직접 대면 회담을 열 준비를 마쳤다”고 밝히며 이를 ‘희망의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 측도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 종전 제안서’를 이란이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협상 정황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미 핵심 쟁점에 합의했다며 승기를 잡은 듯한 여론전을 펼치는 동시에 지상전 투입 가능성을 열어두는 ‘투트랙’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협상설을 부인하며 전쟁 피해 배상과 호르무즈 해협의 주권 인정을 담은 역제안으로 맞서고 있다. 양측이 협상 개시 여부부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파키스탄 회담이 실제 종전의 변곡점이 될지 아니면 확전 전의 마지막 명분 쌓기에 그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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