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기뢰 부설 재개...미국, '하르그섬 폭격' 강공 진행
유가 ·환율 ·물가 모두 불안...간만에 높아진 성장 전망에도 불안감
유가 앙등에 경제 전반 '경색' 불가피...성장엔진 자체 꺼질까 우려
재정 사용, 자칫 잘못 쓰면 독 될까 정부 저울질 속 신중론도 대두
채권금리도 불안...글로벌 전문기관 "韓채권, 특히 유가 민감"
이란사태가 결국 글로벌 경제 전반에 장기 경색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환율과 유가에 특히 민감한 한국 경제는 더욱 버티기 어려운 판세가 짜여지고 있다. 미국이 '하르그섬 완전파괴 작전' 와중에 석유시설은 남겨준 가운데, 이란 측도 호르무즈해협 봉쇄 야욕을 버리는 것으로 화답해 '서로 어느 정도 이성은 잃지 않았음'이 빨리 '상황 확인'돼야 하는 상황이다.
13일(이하 모두 발언주체 각국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르그섬 군사시설 완전파괴'를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양측 협상 가능성이 약하긴 하나 완전 제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대두된다. 글로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이미 상회하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양측이 빨리 찾길 바라는 경제 및 금융계 염원이 높다.
14일 서울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 간밤의 야간시장에서 환율이 1500선을 재차 터치하는 등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환율은 이미 이달 4일 야간거래에서도 17년만에 1500원선을 넘은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었는데 이번에 주간장은 아니지만 재돌파가 이뤄짐으로써 '1500 환율 뉴노멀'이 오는 것인지 경고등에 불이 켜진 것이다.
유가와 환율, 물가가 오르고 경제 경색이 일어나면 결국 단순 인플레이션도 아니고 스태그플레이션(침체+고물가)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것.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가 본격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첫 테이프를 끊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국과 대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 유가로 인한 물가 불안감 현실화 진입? 경제성장 여력 상쇄해 위기 빠질 수
유가가 앙등,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시 열렸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글로벌 기관과 투자은행 등은 근래 한국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는 등 우리의 현 상황과 펀더멘탈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이 꺾일 여지는 얼마든 존재한다. 일단 한국은행이 당분간 통화정책에서 '신중한 중립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물가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의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우선 국내 경제는 물가와 성장 모두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소비 회복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 덕에 성장그래프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보고서 곳곳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주요국들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이어질 경우(경기부양을 위한 무리한 돈풀기가 지속되면)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것. 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에너지·금속 수요 증가도 문제이고, 이란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3월 들어 중동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짚고 "금리와 환율이 중동 리스크로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된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물가도 약 0.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정경제부는 오는 20일 '최근 경제 동향(속칭 그린북) 3월호'를 발간할 예정이다. 지난달 호에 이어 유가 여파를 더 자세히 분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도 17일 '2월 수출입물가지수(잠정)' 결과를 발표하는데, 1월보다 환율까지 오른 만큼 8개월 연속 수입 물가가 올랐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실질적 상승 파악과 향후 경제에 미칠 상당한 타격 가능성이 감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물가는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현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와 금융이 지금 같은 상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기관 씨티는 한국 경제가 유가에 극히 민감하다는 분석을 제기, 이란사태로 인한 경제 난국을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해외 전문가 "코스피 비정상 과열"...'석유 민감국' 韓, 채권금리 등 우려도 ↑
글로벌 경제 전반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이 가장 약한 고리로 이 문제의 첫 폭발지점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 활력을 빨리 높여 침체와 고물가가 겹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로히트 가르그 씨티 아시아-신흥국 헤드는 이달 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과거 국제유가 상승 시 10년물 국채 금리 흐름을 토대로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2015년 이후부터 유가 상승기를 총 여섯 구간으로 나눠 분석할 때 한국 10년 국채 금리는 평균 47bp 올랐으며, 이는 77bp 오른 필리핀과 53bp 상승한 인도를 제외하면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상승 폭이 컸음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우리나라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고, 금리가 오르면 연쇄적으로 회사채 등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자금조달줄이 막히는 문제가 빚어진다. 물론 유가 상승 국면에서 미국 국채금리마저 오르는 상황에 한국의 관련 동향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방향성과 속도 등에 이상징후가 문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불안정은) 에너지 수입국가인 우리나라엔 치명적"이라면서, "통상 유가 급등시 장기물 금리에 더 영향을 주게 마련인데 현재는 단기물 금리가 더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금리 상승에 장단기금리차 축소 상황을 베어플랫으로 부르는데, 강 연구원은 "이는 우리나라 물가 불안감 고조와 한국은행이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지난 일주일 사이 유가가 두배로 올랐는데, 이런 상승 속도가 늦춰진다면 채권금리 상승세도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앞에서 언급된 씨티 보고서를 다시 보면, 씨티는 한국 채권시장 특색으로 첫 번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두 번째 물가 상승이 금리 정책에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라고 꼽았다. 아울러 세 번째 외국인 자금 흐름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조명했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이 나타날 경우 한국 채권 금리는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씨티는 분석한다.
정승재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한국의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이 연초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채권시장이 이미 부담을 안고 있다"는 해석을 제시한 터라,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런 가운데 주식 관련 거품론 등 다른 경고음이 부가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은 뼈저리다.
12일 미국 투자관련 전문미디어 '마켓워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주식 전략가들이 "한국 증시에서 나타난 움직임은 전형적인 거품 현상"이라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BofA의 주식 전략가들은 코스피 지수 변동성에 주목했다. 12%의 급락과 곧이어 찾아온 10% 반등 등 널뛰기를 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 외환위기(한국이 이때 'IMF 체제'로 들어감)와 닷컴 버블(2000년대 초반),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극단적인 시장 불안정성 케이스들과 유사하다"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포모(나만 주식을 안 샀다) 식 투자광풍'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워치는 기사는 개인들 사이에서 위험 감수를 지나치게 경시하는 투자 열기가 고조되고, 이것이 다시 주가를 밀어올리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마켓워치는 BofA 분석을 인용, 코스피 지수의 거품 위험 지표가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옵션 시장에서도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이를 종합, "최근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역사적인 상승을 이끈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는 코스피 버블 환경을 더욱 뒷받침할 뿐"이라고 해석했다. 정형기 DS투자증권 연구원도 "ETF와 연계된 차익거래 등 단기 거래 영향이 커지면 주식시장 내 단기 가격 반전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스피는 M2(광의통화량) 및 수출 지표 대비 과대평가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짚는다. 그는 "조만간 주가가 떨어지고 장·단기금리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인플레이션 →물가 오르고 침체 나락도 펼쳐지는 스태그플레이션 흘러가나
한국은행의 10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발표를 보면 한국 1인당 GNI는 3만6855달러로,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성장의 시계가 멈추면서 12년째 3만달러 박스권이다. 대만(4만585달러)은 물론, 장기 침체를 겪던 일본(3만8000달러)에게도 재역전당했다.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 문제에 경제의 기초체력 고갈까지 겹친 결과물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1.0%)이 일본(1.2%)에 뒤처질 만큼 펀더멘탈 저하 우려가 높다.
컬럼비아대 교수로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11일 이미 팟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했다. 1974년의 기록적인 경기 침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시킨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물가는 관세와 전쟁 여파로 상승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증시와 유가, 식품 가격 및 관세 등 전방위적 충격이 미국 경제에 매우 험난한 시기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 발언은 미국에 대한 경고에만 한정됐으나 사실상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결된 것이고 타 국가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점화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우울함을 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침체와 고물가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려면, 우리로선 '경제 활력 제고'에 집중, '골든타임 살리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첫째, 정치권과 언론이 추가경정예산(보통 추경으로 줄여부름) 사용 카드를 연달아 거론하는 점이 시선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를 국채 추가 발행 없이 할 수 있는지(늘어난 세액 활용으로만)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다만, 경기를 살려내기 위해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자칫 재정적자 심화와 돈의 값어치 폭락으로 인한 침체 가중화만 빚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 상황에서 추경을 하게 된다면 성장률 방어라는 큰 틀보다는 유가 급등으로 인해 타격을 많이 받게 되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 (집중하는) 내용으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추경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재난이나 경기 침체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며 추경이 상시화되면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기존 예산과 정책 수단을 먼저 활용한 뒤 추경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둘째, '생산적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 생산성 제고와 기존에 제대로 불이 붙지 않았던 산업 요소들에 부스터를 달아줄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 전면전 중에도 마지막 '실낱' 희망...호르무즈해협 완전봉쇄 해결, 유류세 인하 급해
다시 하르그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이란의 대표적인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하르그섬을 공격, 군사시설들을 완전파괴했다"고 밝히면서도, "석유관련시설들은 남겨놨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새 이란 최고지도자의 엑스 [사진=X(옛 )]
이란은 미국 측 공격에 맞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도를 이어왔다. 기뢰 부설 외신 보도에 이어, 미국 측이 이 작업을 추진하던 이란 정부 측 선박을 저지하자 소형선으로 기뢰 부설 작전을 재개했다는 보도가 며칠 후 다시 나오는 등 잡음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통해 글로벌 전반에 전쟁 여파를 끼침으로써, 피로감과 미국에 대한 여론 악화를 가져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석유 가격의 초장기적 앙등을 가져올 수 있는 관리 문제에 시선을 더 두는 것으로 보인다. 기뢰 대량 부설로 인한 페르시아만 전반의 타격 및 이번 이런 사태 여파로 인한 중동권 각국의 석유시설 파괴가 빚을 석유 생산량 관리 실패를 대단히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하르그섬 공세에서 석유시설만큼은 빼준것도 이란을 압박, 호르무즈해협 이슈를 풀라는 마지막 압박카드를 쥔 절충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최악을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에도, 글로벌 유가 상황은 상당 기간 불안 구간을 통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32개 회원국이 전략 비축유 4억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은, 유가 안정세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바탕에 깐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좀처럼 강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시장의 공급 우려를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미 진입했으므로, 실질적 협상테이블 대화 조짐이 나오지 않으면 빠른 유가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김대종 교수는 "유류세 추가 인하나 가격 상한제 등 시장 가격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정책 시의성 측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슬로우플레이션으로 끝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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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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