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한국벤처투자(KVIC) 대표가 모태펀드의 벤처 생태계의 자금 공급원을 넘어, 기관투자자(LP) 참여 확대와 지역 균형 성장, 글로벌 진출 지원을 아우르는 '벤처투자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간 자금 유입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출자 이후 관리 체계까지 고도화해 투자 전 주기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대희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비전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이 모태펀드가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년은 그 방향을 실제 성과로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자금과 시장, 지역과 세계를 잇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박재형 기자
민간 자본 확대와 글로벌·지역 네트워크 강화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LP 구성의 다변화다. 정부 재원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연기금과 대기업 등 민간 자본이 벤처 시장에 안정적으로 유입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스타트업코리아펀드를 통해 대규모 민간 기업을 유치하고 무역보험기금 등과 함께 LP첫걸음펀드를 조성해 기관투자자의 참여 기반을 닦았다면, 올해는 두 펀드를 'LP성장펀드' 체계로 일원화했다. 다양한 출자자가 보다 안정적인 틀 안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도 이러한 LP 확대 작업의 연장선이다.
이 대표는 "벤처투자 시장 40조원 시대를 달성하려면 모태펀드뿐만 아니라 민간 자금이 충분히 유입돼야 한다"며 "연기금, 해외 산업자본이 모태펀드를 매개로 벤처 시장에 원활히 흘러 들어올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거점·지역 투자 확대…생태계 외연 확장
이 대표는 모태펀드의 글로벌 영토 확장과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개소한 '스타트업벤처캠퍼스(SVC)'가 대표 사례다. 현재 한국벤처투자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창업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 중기부 산하의 주요 유관기관이 입주해 국내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원스톱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84개로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펀드는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시출자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존 재외동포와 한일 출자자가 참여한 제주스타트업펀드에 이어, 미주 지역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동포펀드 결성도 추진 중이다.
지역 부문에서는 올해 지역성장펀드 5개를 4500억원 규모로 조성하며 비수도권 투자 기반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 IR뿐 아니라 국내 VC들이 사우디, 싱가포르 등 현지 LP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고 있다"며 "재외동포 네트워크와도 협력해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 무대에 수월하게 안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출자 넘어 성과 관리까지…투자 선순환 구축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박재형 기자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시도도 병행한다. 벤처투자연구센터를 설립해 데이터를 개방하고 모태펀드 정책포럼을 분기별로 정례화해 일반 투자자들의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영화 '왕과사는남자' 천만관객 돌파 기념식을 비롯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기업가치 3조원 달성 기념식 등 모태펀드가 기업 성장에 기여한 실질적 성과를 사례별로 조명하는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의도다.
동시에 올해 초 관리본부를 독립시키고 사후 관리 역량을 강화했다.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운용사(VC)가 목적에 맞게 집행하고 있는지, 기업 성장을 실질적으로 돕고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그간 출자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VC가 기업을 얼마나 잘 성장시키고 있는지 현장의 실적을 면밀히 살펴 '투자-성장-회수'의 선순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국민성장펀드와의 역할 중복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명확히 그으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모태펀드는 '초기 투자'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국민성장펀드는 그 뒷단의 '스케일업'을 책임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로는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을 꼽았다. 리벨리온은 초기 모태펀드 교육 계정을 통해 시드 투자를 받아 성장한 뒤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 기업으로 선정됐다. 딜 규모가 커지는 중후기 시장에서 두 펀드의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칸막이를 확실히 해, 정부 재원의 중복을 막고 자금의 효율적인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는 "초기 투자는 모태펀드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이며, 기업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스케일업 단계에 진입했을 때 국민성장펀드가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가장 좋은 사례"라며 "현재로선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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