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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 대통령이 SNS보다 먼저 챙길 것 [뉴스룸에서]

서울시장 지방선거 패배 뒤 끝을 모르는 지지율 하락세에 누구보다 당황한 건 이재명 대통령 본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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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웅 | 경제산업부장

서울시장 지방선거 패배 뒤 끝을 모르는 지지율 하락세에 누구보다 당황한 건 이재명 대통령 본인일 것이다. 반헌법적 계엄령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이 사실상 괴멸한 상황에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기세 좋게 밀어붙였던 개혁 과제들이 모조리 역풍을 맞으며, 어느새 국정 수행 전반이 마치 수렁에 빠진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스피와 부동산 정책이다.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틀을 닦는 와중에, 생각지 못한 반도체 초호황이 찾아왔다. 집권 당시 2천 후반대에 머물던 코스피는 불과 1년여 만에 9천을 돌파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호전이 자연스럽게 주가를 밀어 올렸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정부는 코스피 수치에 도취한 듯 각종 증시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가 결정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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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폭등한 한국 증시는 미국 시장에서 ‘인공지능 회의론’이 불 때마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극단화된 변동성 장세에 투자자들은 쓰린 속을 끌어안고 주식 창 앞을 떠났다. 누군가는 노후자금, 누군가는 신혼살림을 위한 종잣돈을 잃었을 터다. 이들 입장에선 “큰 개미”를 자처하며 직접 주식 투자를 권유했던 이 대통령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역대 최장 88주 연속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서울 집값 역시 곤혹스럽다. 지난해 ‘부동산 불장’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서울·경기 전역에 실거주를 의무화하고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순차적으로 서울 인근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 대책과 보유세 정상화 등 강경 대응을 내놓으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좀처럼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수요 억제책만으로 진정되지 않는 시장 불안을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구두 개입’으로 눌러왔다. 공급 대책과 세제 개편안이 나오기까지 정책 시차를 메우기 위한 수단이었겠으나, 대통령이 직접 집값을 겨냥하면서, 가격 안정화 실패의 부담이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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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차갑게 돌아선 농어촌 지역 민심에 사실상 백기 투항한 농지 전수조사도, 이 대통령이 직접 “농지 전수조사는 꼭 필요하다. 모든 정부가 회피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한다”고 밀어붙인 사안이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이 대통령 개인의 대중적 인기와 집권 철학을 정책 추진의 동학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에스엔에스 메시지와 국무회의 생중계 등 직접민주주의적 소통 수단이 주로 활용됐는데, 정제되지 않거나 앞서나간 발언이 결과적으로 대통령 국정 수행에 부담을 주게 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의 ‘에스엔에스 정치’에 구태여 훈수를 보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 본인이 엑스(X)에 “어려울수록 어떤 중간 매개체 없이 직접적으로 더욱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들께 직접 보고하며 호소하고 소통해야 한다”(9월30일)고 밝힌 바에야 훈수의 효용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에 대한 메시지만큼은 조금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바란다. 대통령 발언 자체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판단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발언에 따른 여파를 대통령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고, 그만큼 정치적 논란과 그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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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다시 점검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대중에 불쑥 공표한 말 한마디가 정부 부처 실무 영역에서 마땅히 필요한 ‘숙고의 시간’을 없애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현대 민주 정치가 직업 관료제를 채택한 까닭은 관료 집단의 전문성을 활용해 안정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가 예산으로 훈련시킨 직업 관료들이 대통령의 엑스 메시지 뒤에 숨는 일이 반복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게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넘어진 김에 숨 고르는 여유를 기대해본다. 켜켜이 쌓인 한국 사회의 모순을 단숨에 뿌리 뽑겠다는 의욕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개혁의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리고, 사소한 개혁이라도 성공의 경험을 만드는 것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차고,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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