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왼쪽 둘째)가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75회 플라네타상 시상식에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왼쪽)으로부터 상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레티시아 왕비(오른쪽 둘째)와 호세 크레우에라스 그루포 플라네타 회장(오른쪽)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아옌데는 장편소설 『동트기 전의 시간』(La hora antes del alba)으로 올해 수상자에 선정됐다. EPA=연합뉴스
칠레 출신의 유명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84)가 스페인의 플라네타상을 받았다. 상금은 100만 유로(약 15억원)로, 세계적으로 상금 규모가 큰 문학상 중 하나다. 수상 작품은 소설 『동트기 전의 시간』이다.
플라네타상은 미출간 장편소설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문학상이다. 응모자는 필명과 가상의 작품 제목을 사용할 수 있으며, 수상작은 상을 주관하는 플라네타 출판그룹을 통해 출간된다. 아옌데는 이번 공모에 ‘루스 벤투라’(Luz Ventura)라는 필명으로 응모했으며, 작품 제목도 ‘사라진 이들’(Los que faltan)이라는 가제로 제출했다. 수상작 발표와 함께 실제 작가와 정식 제목이 공개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수상작은 1982년 출간된 아옌데의 대표작 『영혼의 집』의 후속작이다. 이 소설은 질곡의 칠레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한 가족 3대에 걸친 사랑과 갈등, 권력과 폭력, 정치적 억압을 그린 소설이다. 후속작에는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손녀 ‘알바’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하에서 투옥과 고문을 겪은 뒤 삶을 재건해가는 이야기가 담겼다고 한다.
아옌데는 시상식에서 “마치 노벨상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옌데는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최근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는 “꼴찌를 했을 때의 난처함을 피하고 싶어서 그동안 문학상 공모에 응모한 적이 없었다”면서 이번 응모에 나선 이유로 “내 나이에는 잃을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옌데는 수십 년 동안 독자들이 알바의 행방을 묻는 바람에 속편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 속 정치적 상황과 오늘날 극단주의의 부상 사이에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옌데는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과 친척 관계자.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이 실각하자 망명길에 올랐다. 아옌데는 “지금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권위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 심지어 파시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조국을 떠나게 했던 두려움이 다시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옌데는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책은 전 세계에서 8000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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