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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칼럼] 탈모보다 먼저 살려야 할 것은 필수의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탈모는 외모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존감 저하와 사회생활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며,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의료칼럼] 탈모보다 먼저 살려야 할 것은 필수의료다

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최근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탈모는 외모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존감 저하와 사회생활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며,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정책은 공감이나 정치적 관심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인 만큼 어디에 우선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우선순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탈모가 아니라 필수의료의 붕괴이다. 응급의료, 외상, 분만, 소아청소년과, 중환자 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는 전국적으로 의료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수술을 시행할 전문의가 없어 환자가 장거리 이송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응급실이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제한하거나 분만 가능한 병원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응급수술, 중환자 진료, 외상수술, 신생아 집중치료와 같은 고난도 의료는 높은 위험성과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지만 낮은 수가와 높은 법적 위험으로 인해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이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의료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은 의사 수가 아니라 왜곡된 보상체계에 있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새로운 급여를 확대하면 그만큼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든다. 의료경제학에서는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탈모 치료 급여화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면 그 예산은 결국 중증외상센터 운영,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분만 취약지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개선 등에 투입될 기회를 잃게 된다. 결국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먼저 사용할 것인가는 의료정책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공공의료 재정은 비용 대비 효과와 사회적 필요도를 기준으로 배분된다. 대표적인 평가 기준인 ‘질보정생존연수(QALY)’는 의료가 환자의 생명을 얼마나 연장하고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는지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생명을 구하거나 중증 장애를 예방하는 치료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생명과 직접 관련성이 낮은 치료는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응급의료체계, 외상센터, 중환자의료에는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탈모 치료와 같은 삶의 질 중심 치료는 개인 부담 영역으로 남겨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탈모 환자의 고통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 역시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정책에는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응급실이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분만실이 문을 닫으며, 중증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는 상황에서 비필수의료의 급여 확대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현실과도 거리가 있다.

의료정책은 정치적 인기나 단기적인 관심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탈모 치료의 급여 확대가 아니라 필수 의료를 살리는 일이다.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지방에서도 뇌졸중과 심근경색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을 수 있으며, 산모와 신생아가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곳에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의료의 본질이며,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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