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의료칼럼] 면허의 경계를 허무는 한의계,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충실해야

보건의료면허제도는 국민의 생명 및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특정 자격을 갖춘 이에게만 허용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의료칼럼] 면허의 경계를 허무는 한의계,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충실해야

이진우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 리앤의원 원장

보건의료면허제도는 국민의 생명 및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특정 자격을 갖춘 이에게만 허용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의료 직역은 고유의 학문적 기반과 검증된 교육 과정에 따라 철저히 면허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한의계는 끊임없이 면허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시도를 자행하고 있다.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나 뇌파계의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은 어디까지나 오진 위험과 인체 위해성이 낮은 ‘진단 목적의 비침습적 보조 도구’에 한정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계는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확대 해석하여, 마치 현대 의료기기 전반에 대해 사용 권리가 부여된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며 사법부의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최근 법원은 한방 약침 시술에 전문의약품인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혼합해 주사한 한의사들에게 잇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환자 체내에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물질을 주입하거나 신체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치료 및 처치’ 행위는 기존 대법원의 ‘진단기기 허용 기준’에 결코 부합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임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법리적 원칙은 미용 의료 영역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진단 목적을 벗어나 환자의 신체에 직접 강한 에너지를 가하는 초음파, 고주파, 레이저 등의 의료기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려는 행태는 명백히 면허 범위를 초월한 일탈이다. 과거 법원이 미용 목적으로 IPL 시술을 시행한 한의사에게 유죄를 확정판결한 바와 같이, 미용 의료기기는 해부학과 피부과학에 기반한 현대 의학 고유의 영역이다. 판례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왜곡하여 면허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행보는 결국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한의계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한 무리한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무면허 의료행위의 초법적 발상이 미래의 한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현장에까지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한의대 연합 레이저·미용의학 동아리에서 현직 한의사의 지도하에 면허가 없는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피부에 상처를 유발하는 침습적 레이저 기기를 이용한 스킨부스터 임상 실습이 감행된 사실이 SNS를 타고 퍼져나가 사회적으로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으로서 엄숙한 사명감은커녕, 기본적인 질병에 대한 이해와 학업조차 미완인 상태에서 오로지 상업적 이익만을 좇아 미용 시술에 매달리는 행태에, 유감스러운 마음을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올바른 학문적 토대 없이 기술의 편리함만을 탐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행위는 예비 의료인들의 준법의식을 마비시키고 보건위생상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뿐이다.

환자의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과 소명의식을 기르기보다, 면허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법적 시술을 실습이라는 미명 하에 방치하고 오히려 조장하는 현실은 한의계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의학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건강을 돌보며 고유의 경험적 가치와 예방의학적 강점을 증명해 왔다. 국민이 한의사를 찾고 신뢰하는 이유 또한 현대 의학과 차별화된 전통 한방 고유의 진료영역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의계가 진정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이원화된 의료 체계의 책임 있는 한 축으로 바로 서고자 한다면,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과욕부터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전통 의학의 과학적 표준화와 만성 질환 관리 등 한의사 면허 본연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한의학의 위상도 올바르게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