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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 AI, 가상 병원에서 먼저 검증

인공지능(AI). 실전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최근 실제 임상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AI의 의사결정과 그 파급 효과를 평가하는 '가상 병원 시뮬레이터'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서울대병원...

의료 AI, 가상 병원에서 먼저 검증

의료 데이터(영상, 검사 결과, 전자의무기록 등)를 분석해 진단과 치료, 경과 예측은 물론 병원 운영까지 지원하는 의료 인공지능(AI).

실전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최근 실제 임상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AI의 의사결정과 그 파급 효과를 평가하는 ‘가상 병원 시뮬레이터’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서울대병원 특화연구소 김성은 연구교수 연구팀과 하버드의대 공동 연구팀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의료 AI를 동적으로 평가하는 임상 환경 시뮬레이터(Clinical Environment Simulator, CES)를 개발해 국제의학술지(

Nature Medicine

)에 발표했다.

기존 의료 AI 평가는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단편적 진단 정확도 검증에 집중돼 있어 실제 임상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변화와 시스템 간 상호작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환경과 동일한 조건에서 의료 AI를 평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번에 개발된 CES는 '환자 엔진'과 '병원 엔진'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환자 엔진은 전문의가 설계한 질병 진행 시나리오와 실제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 변화와 치료 반응을 동적으로 생성한다.

병원 엔진은 실제 병원의 운영 데이터를 반영해 병상, 의료진, 장비 등 자원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검사·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과 우선순위 배정까지 정밀 구현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AI의 판단이 환자와 병원 전체에 미치는 연쇄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검사가 지연돼 환자 증상이 악화되거나 특정 환자에 집중할 경우 다른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는 등 현실적인 병목 현상이 재현된다.

평가는 환자 경과(생존율, 치료 시간, 진료 가이드라인 준수)와 병원 운영 효율성(입원 기간, 응급실 처리량, 자원 활용도)을 합친 '이중 지표 복합 점수'로 이뤄진다. 다발성 응급 상황이나 전산 장애 등 극한 조건에서 대응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포함됐다.

특정 환자 치료 성과만이 아니라 전체 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까지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평가 구조다. AI의 결정 하나가 특정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물론, 병원의 남은 자원마저 고갈시켜 다음 환자의 진료 기회를 연쇄적으로 제한하는 실제 병원 환경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의료 AI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 전,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무(無)위험 검증 환경'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충분한 검증을 거친 AI가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을 보조하는 디지털 파트너가 된다면 의사는 보다 환자 중심의 판단과 소통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은 연구교수는 "가상 병원이 인체의 모든 생리적 반응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의료 AI가 실제 의료 시스템에 통합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가장 현실적인 검증 단계"라며 "단순 문제 해결 도구를 넘어, 임상 환경에서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AI 개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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