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가상자산 전산 사고 잇따라…감독 체계 공백 논란
5년간 전산 장애 1763건·제재는 7건 그쳐
지난 10일 토스뱅크 앱에서 일본 엔화 환율이 실제의 절반 수준으로 잘못 표시된 화면. 오류가 발생한 약 7분 동안 일부 거래가 해당 환율로 체결됐다. [이미지=토스뱅크 화면 갈무리]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서 전산 장애와 환율 거래 오류가 잇따른 데 이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도 대규모 오지급 사고가 발생하면서 디지털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업권을 불문하고 내부 시스템 결함에서 비롯된 사고가 반복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역량과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오후 3시 35분께부터 약 20분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속 장애를 겪었다. 당시 앱 화면에는 접속 대기 인원 10만 명 이상, 대기 시간 3시간 이상이 표시됐다. 카카오뱅크는 내부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프로그램 충돌이 발생한 일시적 장애라고 설명했다.
앞서 토스뱅크에서는 거래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약 7분 동안 일본 엔화 환율이 정상 수준의 절반인 100엔당 472원으로 표시되면서 일부 거래가 해당 환율로 체결됐다. 토스뱅크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받은 환율 정보를 바탕으로 고시 환율을 산출하는 내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직후 현장 점검에 착수해 경위 파악에 나섰다.
같은 흐름에서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도 대규모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6일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됐다. 일부 이용자가 이를 즉시 매도하면서 한때 시세가 급락하는 등 시장 혼선도 발생했다.
이 사고는 당시 해당 업무가 대리급 직원 1명에 의해 처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통제 체계의 취약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추가 승인 없이 단일 입력만으로 대규모 자산 이동이 가능했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운영 시스템을 고도화해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가 누락된 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례는 업권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시스템 변경·점검·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융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내부 통제 절차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는 모두 디지털 시스템에 기반한 서비스 구조를 갖는다. 환율 자동 적용, 자동 매수, 실시간 체결 기능 등은 시스템 이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거래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사전 차단 장치와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금융권 전산 장애는 총 1763건 발생했으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증권사 앱 오류와 가상자산 거래소 사고, 인터넷은행 오류 등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제재 수준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금융감독원이 IT 전산 사고에 내린 제재는 7건에 불과하며 과태료 총액은 5억1160만 원 수준이다. 기관 제재 역시 최고 수준이 ‘기관주의’에 그쳤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증권사 전산 사고 가운데 이용자 보상이 이뤄진 비율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해킹 등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과징금을 매출액의 최대 3%까지 부과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 과정에서 기존 통제를 완화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속도와 편의성 중심의 서비스 확대 속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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