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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석의 지질유산 둘러보기(8)]반구천 구하도와 곡류핵

암각화박물관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로 가는 길 뒤편에 동그랗게 솟은 작은 산이 있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일대의 ‘동매산’이다. 하늘에서 보면 둘레 약 1.8km의 논이 도넛처럼 산을 감싸는데, 이 둥근 들판이 예전 반구천의 물길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윤석의 지질유산 둘러보기(8)]반구천 구하도와 곡류핵

▲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암각화박물관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로 가는 길 뒤편에 동그랗게 솟은 작은 산이 있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일대의 ‘동매산’이다. 하늘에서 보면 둘레 약 1.8km의 논이 도넛처럼 산을 감싸는데, 이 둥근 들판이 예전 반구천의 물길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동매산은 강물이 빚어낸 ‘육지 속 작은 섬’이다. 구불구불 흐르는 강물은 흙을 세차게 깎아내는 바깥쪽(공격사면, 攻擊斜面))과 모래·자갈을 쌓아두는 안쪽(곡류사주, point bar)을 만든다. 바깥쪽이 깎여나갈수록 물굽이는 크게 휘고, 굽이 사이의 목은 갈수록 좁아진다. 큰 홍수로 불어난 강물은 먼 길을 도는 대신 좁아진 목을 끊어 지름길을 낸다(곡류 절단). 물이 빠져나가 마른 땅이 된 옛 물길은 ‘구하도’, 그 안에 덩그러니 남은 언덕은 ‘곡류핵’이 된다. 동매산이 바로 옛 반구천의 곡류핵(曲流核, meander core)이다.

물길이 끊길 때 남은 웅덩이에는 소뿔 모양의 호수(우각호,牛角湖)가 생겼다. 시간이 흘러 흙이 쌓이고 수풀이 우거지며 자연습지로 변했다. 관찰로를 만들 때 천연기념물인 멸종위기종 남생이가 여럿 발견되어 귀중한 생태 보금자리임을 보여주었다.

▲ 반구천 구하도와 곡류핵 전경.

현재 반구천이 깎아 세운 벼랑을 따라서는 좁은 길이 나 있다. 길가 바위에는 1655년(효종 6년) 이 길을 고친 기록인 <연로개수기(硯路改修記)>가 새겨져 있다. 험한 길을 닦은 옛사람들의 이름과 노력이 담겨 있다.

암각화 쪽으로 더 나아가면 오른편 길바닥 바위에 초식공룡의 흔적도 만난다.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 교수에 따르면 ‘오리주둥이 공룡류’의 발자국이라 한다. 1억년 전 공룡이 밟고 간 땅 위로 사람이 길을 내고 함께 고쳐온 것이다.

구하도와 곡류핵은 하천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생생한 야외 교실이다. 길 옆 논밭이 한때 강바닥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걸으면, 하천과 땅이 들려주는 오랜 시간의 이야기가 훌쩍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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