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유선전화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감도가 깨끗하네요.”
1996년 1월3일, 남인천영업소에서 세계 최초 CDMA 통화가 이뤄졌다. SK텔레콤 1호 가입자 정은섭씨의 이 한마디는 한국 이동통신 역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정표를 세운 지 30년이 됐다. SK텔레콤이 주도했던 CDMA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이후 3세대 이동통신과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잇는 기반이 됐다. 이는 대한민국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끌어올린 전환점으로도 기록됐다.
◆ ‘세계 최초’ CDMA…글로벌 표준 시대 개막
이동통신의 역사는 1980년대 처음 시작됐지만, 국가마다 주파수와 기술 방식의 표준이 달라 글로벌 서비스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1996년 당시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던 퀄컴이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퀄컴과 CDMA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과 산업 기반은 이후 3세대 이동통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3세대 이동통신(IMT-2000)은 전 세계 공통의 주파수와 표준 체계를 기반으로 상호운용성을 지향한 첫 이동통신 세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된다’는 본래의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선 순간이었다.
기존 음성 중심의 이동통신 시스템 구조에도 대대적 변화가 예고됐다. 전 세계 누구와도 통화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로 TV를 보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됐다. 1·2세대 이동통신에선 상상만 했던 일들이었다.
◆ 韓 3G 시대 포문 연 SKT…‘세계최초’ 동기식 IMT-2000 서비스
이 같은 3G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SK텔레콤이었다.SK텔레콤은 2000년 10월 세계 최초로 cdma2000 1x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며 데이터 중심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02년 1월에는 동기식 IMT-2000 상용서비스를 개시하며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본격적으로 선도했다.
서비스 초기에는 단말 부족으로 ‘반쪽짜리 상용화’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2001년 삼성전자의 ‘SCH-X100’, LG전자의 ‘사이버 iX1’ 등 단말이 잇따라 출시되며 시장은 빠르게 확대됐다. 2001년 상반기까지 cdma2000 1x 지원 단말은 총 10종에 달했다.
당시 LG전자는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최초의 단말 출시를 기념해 백일장을 개최하기도 했는데,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96자(한글) 내의 글을 작성한 뒤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네트워크 확대와 함께 서비스 품질도 개선됐다. cdma2000 1x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대 144Kbps로, 기존 2세대 대비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 빨랐다. 음성 중심이던 이동통신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전송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특히 풀컬러 액정표시장치(LCD)가 장착된 단말이 출시되면서 컬러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말·네트워크·콘텐츠 3박자가 들어맞으며 가입자도 급증했다. SK텔레콤의 IMT-2000 가입자는 2001년 1분기 7만5000명에서 2분기 38만9746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선인터넷 매출도 2000년 1301억원에서 2001년 2603억원으로 100% 가까이 늘었다.
◆ ‘ICT 강국’의 토대…6G로 이어질까
CDMA 상용화는 단순한 통화 품질 개선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꿨다. 네트워크, 단말, 장비, 콘텐츠로 이어지는 통신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됐고, 이는 이후 세대 이동통신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됐다.
200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CDMA 기술은 약 65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142만명의 직간접 고용을 유발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부가가치를 기록하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2%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SK텔레콤과 ETRI, 삼성전자, LG전자가 함께 이룬 1996년 CDMA 대규모 상용화는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가 선정하는 ‘IEEE 마일스톤’에 등재됐다.
IEEE는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그레이엄 벨 주도로 설립된 세계 최대 전기·전자공학 학회로, 1983년부터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업적을 선정하는 ‘마일스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동안 북미·유럽·일본 등 기술강국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CDMA 사례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 등재다.
현재 5G가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6G 상용화도 약 6년 앞으로 다가왔다. 6G 시대 네트워크는 AI인프라로도 대변된다. CDMA와 3G 시대를 선도했던 SK텔레콤이 향후 어떤 전략으로 ‘통신 1위 사업자’ 위상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는 “6G 시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는 물론 반도체 등 경쟁력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정부가 산업을 주도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시장과 기업 중심의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SK텔레콤 네트워크 전략담당(부사장)은 “6G 시대를 앞두고 자부심을 갖되 자만하지 않고,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며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기술 선도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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