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유가를 넘어선 에너지 충격…산업계 '버티기 국면' 진입

철강, 반도체, 물류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기업들이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특히 정유와 석유화학은 원료 조달비용 상승을 직접 맞고, 철강과 시멘트,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은...

유가를 넘어선 에너지 충격…산업계 '버티기 국면' 진입

원유·LNG 공급 불안에…정부 '경제 전시상황' 대응

공업제품·생산자물가 동반 상승…비용 전가 막힌 기업들 체력전

전력 수요 구조적 변화로 산업 비용 체계 재편 조짐

서울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중동발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선 위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공급망 불안과 원가 상승 압력이 정유와 석유화학은 물론 철강, 반도체, 물류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기업들이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업제품 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먼저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위기의 본질이 단순한 가격 상승보다 불확실성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중동발 충격이 이어지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11.94달러, WTI는 113.39달러 수준에서 움직였고,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시 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심리 불안이 아니라 실제 공급망 차질이 동반되고 있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되는 원유와 석유 제품은 하루 2000만배럴에 달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가량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의 국가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비상 대응이 본격화됐다. 정부는 이번 상황을 '경제 전시상황'으로 규정하고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유류세 인하 확대와 생활밀접품목 점검, 추경 편성 등을 포함한 대응책이 나온 것도 에너지 충격이 민생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반영한 조치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원유에서 공업제품까지 산업 전반 비용 압박 확산

에너지발 충격은 이미 생산 현장과 물가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물가지수는 142.89(2020년=100)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으로 198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내구재와 섬유제품, 출판물 역시 지수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 단계에서도 연료비와 원재료비,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는 복합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정유와 석유화학은 원료 조달비용 상승을 직접 맞고, 철강과 시멘트, 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은 전기료와 연료비 부담을 함께 떠안게 된다.

문제는 내수 둔화와 수요 부진 속에 기업들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즉각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용 전가가 지연될수록 수익성은 악화되고 기업 체력에 따라 충격의 크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쟁발 충격 넘어 구조 변화 신호…전력 수요 체계도 흔든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에너지 시스템 구조 변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서다. IEA는 세계 전력수요가 2026~2030년 연평균 3.6% 증가하고,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 촉발한 공급 불안 위에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국제유가의 등락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안정적 전력 확보와 공급망 재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에너지 위기의 본질은 유가 상승 자체보다 비용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얼마나 빠르게 번지고,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공급망 불안, 공업제품과 생산자물가 상승, 비용 전가가 쉽지 않은 내수 환경이 겹치면서 산업계가 본격적인 버티기 국면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충격은 일시적 가격 변수에 그치지 않고 산업 비용 체계와 에너지 전략 전반을 다시 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