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여파로 과테말라에서 석유 제품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한 19일(현지시간) 주유소에서 직원이 디젤 차량에 연료를 넣고 있다. [사진=AFP통신]
중동 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기습적인 이란 공습으로 발발한 전쟁의 불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까닭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 예측의 근거는 무디스 경기 침체 지표로, 임계점인 50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무디스 경기 침체 지표는 2020년, 2007년, 2001년에 기준치인 50을 돌파한 바 있는데, 모두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이 정의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신뢰성을 부여받고 있다.
전쟁 발발 이전에도 부진한 노동 시장 지표로 인해 불안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경기 침체 지표가 도달했었음을 지적한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란과의 갈등과 이로 인한 유가 급등 속에서 지표가 임계값인 50을 돌파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면서 “수개월이 아닌 몇 주 동안이라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경기침체는 유가 급등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을 유일한 예외로, 유가 급등은 곧 경기침체로 이어졌는데 최근 에너지 시설 타격으로 전쟁 양상이 확대됨에 따라 국제유가는 또다시 110달러(브랜트유 기준)를 돌파해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원유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물류비용은 물론 제조원가의 상승압력까지 높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주요 통로인 중동 지역의 위험성 증대는 글로벌 공급망까지도 교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CNBC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항공 화물 운송 차질로, 유럽의 반도체 공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허브 공항을 사용하지 못함에 따라 아시아에서의 반도체 수송 물류비 상승과 배송 지연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 산업의 경우, 글로벌 환적 허브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국제공항과 카타르 하마드 국제공항이 사용하지 못함에 따라 항로 변경의 추가 연료비 약 2만5000달러, 인건비 약 2만4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예상하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의 예측은 전쟁 발발 직후의 예측 분석으로, 유가 급등을 반영하면 추가 연료비용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물류기업 DSV의 데이터에서는 반도체를 포함한 고가 전자제품 화물에 대한 전세계 항공 화물 수송 능력은 전쟁 이전 수준보다 약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선박과 공항이 공격 대상이 되면서 화물 운송 경로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확전 단계가 상향되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명확한 최종 목표를 밝히지 못할 뿐 아니라 모순되는 발언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한층 자극하고 있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란은 강대강 대치를 천명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야기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간의 회의가 끝난 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한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중동 전쟁의 영향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라며 “사실상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 상황으로 전개되는 중동 전쟁이 금융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단어를 7번이나 사용했다.
경기침체의 위험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모델링은 향후 2달 동안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급등할 때 세계 경제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웰스파고는 분쟁 이전 가격의 약 2배에 해당하는 배럴당 130달러가 지속되는 상황을 경기 침체 위험도가 치솟는 구간으로 지목했다.
뱅가드의 경우에는 올해 남은 기간동안 150달러 이상의 유가 급등세가 유지되면서 자산 가격 하락, 금리 인상까지 동반될 때 미국 경기 침체가 유발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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