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아태지역 총괄 전망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경우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투자협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투협 불스홀에서 ‘블룸버그 초청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를 개최하고, 중동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충격과 금융시장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권효성 박사와 알리 이자디-나자파바디 아태지역 총괄 등이 참석해 시나리오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권효성 박사는 “석유 공급이 1% 줄어들면 가격이 약 4% 상승한다고 본다”며 “전 세계 공급 물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약 80%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권 박사는 전쟁 전 배럴당 60~70달러 수준이던 유가가 전쟁 1개월 지속 시 110달러, 2개월 시 140달러,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17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통화 정책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권 박사는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대로 유지된다면 유럽은 GDP가 0.5% 낮아지고 물가는 최대 1% 높아진다”며 “이런 경우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게 돼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 역시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금리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권 박사는 유가가 108달러를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유가가 80달러대에서 안정된다면 기준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다 내년에나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분쟁은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산에도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 박사는 “카타르 라스라판의 LNG 생산 중단으로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이 중단됐다”며 “한국은 지난해 기준 헬륨 수입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급 부족에 따른 ‘칩 사이클’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분석도 나왔다. AI 관련 칩의 강력한 글로벌 수요로 인해 낸드와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2026~2027년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알리 이자디-나자파바디 블룸버그 아태 총괄은 “전쟁이 길어지면 생산 물량을 저장할 수 없어 원유 생산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약 87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해 공급 부족 상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내 신재생 에너지 도입이 급증한 것처럼, 신흥 시장에서도 이러한 에너지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대외정책본부장은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시장 참가자들이 투자 전략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점검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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