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중동 분쟁에 따른 대외 여건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어두기로 결정했다. (일러스트=AI)
[위클리오늘=신하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중동 분쟁에 따른 대외 여건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어두기로 결정했다.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나 인하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 본회의에서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중동 전쟁이 바꾼 통화정책···전원일치 동결 배경은?
13일 금통위에 따르면 이번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외 경제는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을 동시에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점이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금통위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파급 효과를 추가로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통화정책의 운용 폭을 제약하고 있어서다.
금통위는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 및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파급영향을 좀 더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물가·저성장 우려 가시화···주요 경제 지표 전망 수정
중동 사태의 여파는 거시경제 지표의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그간 AI 관련 투자 확대와 주요국의 재정 정책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성장세를 약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국내 경제 역시 반도체 수출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경제 심리 위축과 일부 업종의 생산 차질로 인해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2026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에 전망했던 2.0%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물가는 석유류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커질 전망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으며 향후 국제유가와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2%대 중후반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전망치인 2.2%를 상당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동치는 금융·외환시장···환율 1500원 돌파 등 변동성 확대
금융 시장은 지정학적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의 강세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세가 겹치며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국고채 금리 또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인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주식 시장 역시 급격한 조정을 거친 뒤 일부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한 상태다.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낮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도권 주택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됐으나 안정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역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다.
특히 환율 변동성 확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가계부채 및 주택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할 계획이다. 통화정책의 향방은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 주요국 통상 환경의 변화, AI 투자 흐름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환율 변동성 확대의 영향에 유의하는 한편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안정 흐름이 지속될지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중동전쟁 등 대내외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및 성장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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