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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는 6~7년 마다 온다, 가장 혁신적 아이디어는 이런 때 나와”

제 인생의 모토를 소개한다면 ‘일단 저질러라(Screw it, Let’s Do it)’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냥 시도해 보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위기는 6~7년 마다 온다, 가장 혁신적 아이디어는 이런 때 나와”

[WEEKLY BIZ] 커버스토리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인터뷰

“기업가, 반복되는 위기에 늘 대비해야”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에너지 사업’

“AI·데이터 중요하지만 ‘직관’의 힘 믿어야”

“버진콜라 등 숱한 사업 실패…그래도 배움 있어”

런던-인천 신규 취항…“韓英 교류 가교 놓을것”

영국의 ‘괴짜 경영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17일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최근 중동 사태까지 기업가는 ‘6~7년마다 예기치 못한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사업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강조해온 그는 지금도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진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헬스클럽 브랜드 ‘버진액티브(Virgin Active)’ 홍보 행사에 참석한 브랜슨 회장의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영국의 억만장자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76) 버진그룹 회장은 어린 시절 ‘난독증이 있는 문제아’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로 불렸다. 교실에서는 늘 뒤처졌지만, 그는 스스로를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보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1967년 잡지 사업에 뛰어든 그는, 정해진 길 대신 판을 뒤집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미국 타임스퀘어 광장의 코카콜라 광고판에 버진콜라로 만든 포탄을 쏟아내며 세상의 이목을 끈 ‘괴짜 기업가’의 행보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가 창업한 버진그룹은 말 그대로 ‘초보자(Virgin)’의 자본과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사업은 즐거워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 하나로 항공·금융·통신·우주까지 영역을 넓히며 ‘버진 제국’을 일궜다. 기내 바를 도입해 비행을 하나의 이벤트로 바꾼 버진애틀랜틱, 성인 전용 크루즈, 우주 관광을 내세운 버진 갤럭틱까지. 그의 사업은 언제나 기존 산업의 ‘당연함’을 뒤집는 실험이었다.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충돌,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기업가 브랜슨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WEEKLY BIZ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위기는 반복되지만,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역시 이런 시기에 나온다”고 했다. 기업가 인생 60년을 두고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었다. 그리고 아직 내릴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그에게 격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기업가 정신, 그리고 항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경영자로 60년

-올해 기업가로서 60주년을 맞았다. 현재 비즈니스 환경을 평가한다면

“지금은 기업가로서 볼 때 매우 흥미로운 시기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언제나 위험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란 전쟁과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가는 어떤 ‘방어막’을 준비해야 하나.

“9·11 테러, 글로벌 금융 위기, 팬데믹, 그리고 최근 중동 사태까지, 기업가는 ‘6~7년마다 예기치 못한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 버진애틀랜틱 역시 유가 급등에 대비해 연료의 60%를 헤지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위기는 반복되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 이번에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큰 사업 기회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오늘 다시 20살로 돌아가 자본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어떤 산업에 뛰어들겠나.

“나를 억만장자로 만들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자랑스러워할 만한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훨씬 즐겁다. 앞으로 10년간 중요한 산업을 꼽는다면 청정에너지 분야다. 이란 전쟁만 봐도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전환하지 못한 국가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앞으로 석탄과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기업가 정신과 AI

-당신은 기업가의 직관을 중시하는 경영을 해왔다. 요즘 같은 AI 시대에, 데이터가 ‘No’라고 하는데 기업가의 직관은 ‘Yes’라고 한다면.

“버진의 항공 사업은 귀국 항공편이 취소된 승객들을 위해 비행기를 빌리며 시작됐다. 나는 장난 삼아 판자에 ‘버진 항공, 버진아일랜드행 편도 39달러’라고 적어 승객을 모았고, 첫 비행기를 가득 채웠다. 당시 데이터에 물었다면 경험 부족과 시장 경쟁 상황을 이유로 ‘끔찍한 생각이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답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서비스라면 고객은 남는다’는 직관을 믿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회사는 건재하다. 때로는 직관과 새로운 시각이 가장 큰 기회를 여는 열쇠가 된다.”

-버진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I는 모든 산업을 변화시키겠지만, 본질은 연결·공감·창의성이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돕는 데 있다. 버진 그룹이 AI를 바라보는 기본 방향이다. 현재 AI를 활용해 고객 불편을 줄이고, 직원들이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고객 만족에 더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의 핵심은 ‘사람’이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강화하는 도구다.”

‘버진 제국’ 일군 경영 철학

-기업가 인생을 관통하는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사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 경험이 즐겁지 않다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자본이 없던 나는 결국 내 자신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보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거나, 열기구를 띄우고, 카이트서핑 같은 무모하지만 즐거운 도전을 했다. 버진이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고, ‘재미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직접 앞에 나서서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대중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지금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음반 제작을 시작으로 항공, 금융, 우주까지 많은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기준은 뭔가.

“사업 진출의 기준은 하나다. 버진이라는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느냐다. 최근 시작한 크루즈 사업 ‘버진보이지’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로 각종 상을 받으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고, 이는 항공과 금융 등 다른 계열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조금이라도 브랜드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면 시작하지 않는다.”

-실패도 잦았다.

“진정한 기업가라면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하방 리스크를 방어해 실패가 다른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실패에는 배울 것이 있다.”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실패도 있었나.

“버진콜라는 코카콜라보다 맛은 좋았을지 몰라도 ‘압도적으로’ 낫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버진이 그 시장에 진출할 실질적인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 이후로는 압도적으로 차별화되고 우리가 존재할 확실한 이유가 있는 곳에서만 사업을 시작한다.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고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 때가 있다. 버진은 빨리 배우고 다음 모험으로 넘어가는 데 능숙하다. 결정이 내려지면 너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바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준비 중인 신규 사업은.

“‘버진유로파(Virgin Europa)’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터널에서 경쟁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이 노선은 지난 30여 년간 단일 사업자가 운영해왔다. 새로운 열차와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마련해 2030년 서비스 출범을 계획하는 중이다.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을 지금 공개할 수 없지만 버진 그룹이 운영하는 호텔과 항공, 크루즈에서 제공되는 최고의 요소들을 모두 결합할 계획이다.”

韓·英 직항 노선 취항 “양국 문화 교류에 활력”

-지난 3월 버진애틀랜틱이 인천~런던 직항 노선을 취항했다.

“인천 노선 취항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한국은 문화와 기술, 혁신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버진과 잘 맞는다. 버진애틀랜틱은 한국과 영국을 직항으로 잇는 유일한 영국 국적사로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두 거점을 연결해 양국 간 새로운 여행 기회와 교역의 장을 넓혀 갈 것이다. 특히 서울의 역동적인 거리부터 부산의 해변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역의 다채로운 매력을 세계와 연결해 양국 문화 교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시아 시장 공략 전략은.

“우리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더해 현지 고객의 취향을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천~런던 노선에서는 한국적 요소를 강화해 한식 메인요리와 시그니처 양식 메뉴를 함께 선보인다. 한국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포함한 1900시간 이상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제공한다. 또한 대한항공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인천을 경유해 동북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전역의 다양한 노선을 연결할 계획이다. 결국 승부수는 간단하다. 뛰어난 서비스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다.”

-항공 여행의 물리적 혁신은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다음 ‘와우 포인트’는 무엇일까.

“언젠가는 우주항공 기술을 통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초고속 비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내 생전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다음 세대에는 현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 전까지는 버진애틀랜틱을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다. 전 항공기에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도입하고, 예약부터 탑승까지 전 과정을 단순화한 모바일 앱과 AI 기반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인화하고 있다.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서비스를 예측해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다시 내딛는 우주를 향한 도전

-버진갤럭틱은 올해부터 우주여행 티켓 판매를 재개했다.

“버진갤럭틱의 핵심은 ‘경험’이다. 단순히 우주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돌아오는지가 중요하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는데, 이를 ‘오버뷰 이펙트’라고 한다. 이는 인류 전체와의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강렬한 경험이다. 나 역시 우주를 다녀왔는데,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등 다른 우주 사업자들과의 차별점은.

“블루오리진은 당분간 사람을 우주로 보내지 않겠다고 했고, 스페이스X는 주로 장거리 비행에 집중하고 있다. 버진 갤럭틱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우주를 경험하게 해주는 유일한 회사다. 새로운 우주선이 완성되면 비행 빈도를 늘리고, 더 많은 사람이 우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가격과 수요, 수익 모델 등 우주 산업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차세대 ‘델타 클래스’ 우주선은 더 높은 비행 빈도를 목표로 설계됐다. 이는 장기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수요는 충분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 가격은 낮아지고 접근성은 높아질 것이다. 또한 관광을 넘어 연구 비행과 정부·기관과의 협력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가정신’의 상징”

-한국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국과 연결고리가 있나.

“‘기업가(Entrepreneur)’라는 단어는 마치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만들어진 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영국 기업들은 대부분 정부 소유였지만 한국은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많았다. 결국 기업가 정신은 국가를 번성하게 하고,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과 그동안 보여준 수십 년간의 성장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이제 버진애틀랜틱에서 인천~런던 간 정기 노선을 취항하게 됐으니 한국을 자주 방문해 사업 협력의 기회를 찾을 계획이다.”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사업을 시작할 때 핵심은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다. 그들에게 실수할 자유와 창조할 자유를 주고,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은 결국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제 인생의 모토를 소개한다면 ‘일단 저질러라(Screw it, Let’s Do it)’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냥 시도해 보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고등학교를 그만둘 때 ‘해 봐라’라는 부모의 지지가 있었다. 기업가 정신을 길러내기 위해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나는 15세에 학교를 떠나 현실 세계에서 세상을 배웠다. 단순히 사실과 데이터를 주입하는 교육 방식은 생산적이지 않다. 아이들의 관심사에 맞춰 교육이 적응해야지, 아이들을 학교 교과 과정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즐거운 곳이 되어야 한다. 나는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서 탈출하고 싶었고,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감사해야겠다.(웃음).”

-훗날 어떤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나.

“나는 20개의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전 세계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려 노력해 왔다. 내가 떠난 후에도 그 조직들이 계속해서 차이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살아있는 동안 세상에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녀와 손주, 가족과 친구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리처드 브랜슨은 누구?

버진 그룹을 이끄는 영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16세 때 청소년 문화 잡지 ‘스튜던트’를 창간한 그는 음반과 항공, 철도, 통신, 금융, 우주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버진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웠다. 잡지 창간을 이유로 고등학교에서 중퇴할 당시, 교장 선생님이 “브랜슨, 너는 감옥에 가거나 백만장자가 될 거야”라고 예언했다.

2004년 비영리 재단 ‘버진 유나이트’를 설립해 환경 및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지난 수십 년간 시장의 질서에 도전해 온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이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과 문어발 확장식 경영 스타일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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