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 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정부가 다음 달 세제개편을 예고하면서 부동산시장이 다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비거주 혜택 축소, 보유세 강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조정, 다주택자 대출규제 강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책의 목표는 분명하다.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서울과 같은 과열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울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시장이다. 따라서 대출규제와 세제 강화는 과도한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전남은 전혀 다른 시장이다. 광주의 문제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공급 과잉 가능성이다. 광주시의 주택공급 계획을 보면 앞으로 공급될 물량은 이미 충분하다. 현재 광주에서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비롯해 재개발·재건축, 공공택지, 지역주택조합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 지연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2030년까지 약 5만5천~6만 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요다. 광주는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 유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집값 상승보다 미분양 증가와 거래 감소를 먼저 우려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광주는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은 감소하고, 신규 분양단지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나타나고 있으며,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보유세 강화와 대출규제 강화가 시행된다면 지방 주택시장은 서울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에서는 규제가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광주에서는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에서는 "집을 팔려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흔하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계속되고,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매도도 쉽지 않다. 거래가 없는 시장에서는 세금이 가격을 안정시키기보다 시장을 더욱 경직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서울과 지방을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는 주택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투기 억제가 필요한 지역과 거래 활성화가 필요한 지역에는 차등적인 세제와 금융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 맞춤형 정책을 중앙정부의 주택·부동산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새로 출범한 통합특별시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광주·전남의 미래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광주·전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지금까지 수요 감소를 전제로 전망했던 지역 주택시장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공장의 유력 후보지로 첨단3지구가 거론되면서 인근 신규 분양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규모 산업투자가 지역 주택시장에 기대심리로 가장 먼저 반영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기대만으로 시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격 상승은 또 다른 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산업이 지역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투자 발표에 따른 기대심리 효과다. 둘째는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인 주거수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셋째 단계다. 반도체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집적되면서 청년과 전문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주택수요가 형성된다.
주택시장은 산업을 따라 움직인다. 결국 광주·전남 주택시장의 미래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통합특별시는 산업정책과 주택정책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반도체 시대 광주·전남이 선택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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