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출처=챗GPT)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러시아·중국·이란이 인터넷 검열 기술을 앞다퉈 고도화하고 있다. 시민 통제 범위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확대한 셈이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가상사설망(VPN) 서비스의 92%를 차단하겠다는 목표 아래 연간 200억루블(약 4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심층 패킷 분석(DPI) 기술을 권위주의 국가들에 수출하고 있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를 억누르기 위해 자국민을 국내 인트라넷에 가두는 전략을 구사했다. VPN 서비스 업체 서프샤크(Surfshark)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검열 환경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테크레이더, 조나미디어 등 여러 외신은 러시아 통신 감독 기구 로스콤나드조르가 지난해부터 연방 예산에서 연간 200억루블씩 배정해 통신사업자에 일명 '통신보안기기(TSPU)'를 설치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TSPU는 실시간으로 트래픽을 분석해 VPN 연결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하드웨어다. 러시아 디지털개발부는 3월 30일 20여 주요 인터넷 플랫폼 기업 비공개 회의에서 4월 15일을 목표일로 VPN 접속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차단하도록 요구했다.
불응 기업에는 IT 세금 혜택 박탈과 러시아 내 운영 허용 목록 제외를 경고했으며, 4월 15일을 법적 근거로 삼는 정부 시행령도 예고됐다. VPN 홍보 콘텐츠 접근 차단 건수도 지난해 1~4월에만 1만2600건으로, 2024년 연간 총계의 두 배에 달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트래픽 필터링 구축에는 22억7000만루블(약 454억원)을 별도 편성했다.
러시아 디지털개발부는 모바일 이용자가 월 15GB를 초과하는 해외 트래픽에 1GB당 150루블의 '해외 트래픽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VPN이 이용하는 국제 경로에 경제적 장벽을 치는 전략이다. 디지털개발부는 2030년까지 TSPU 처리 용량을 현재의 2.5배인 954테라비트/초(Tbps)로 확장할 방침이다.
왓츠앱과 텔레그램에 대한 음성·영상 통화 차단도 지난해 8월 시작됐다. 10월에는 두 앱 모두 러시아 전체 지역 40%에서 메시지 전송까지 제한됐다. 11월 말에는 왓츠앱에 대한 전국 단위 속도 저하·차단이 단행됐다.
중국의 인터넷 장벽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도 진화 속도가 빠르다.
만리방화벽의 QUIC 프로토콜에 대한 SNI 검사 차단은 2024년 4월부터 시행됐다. QUIC은 구글이 개발한 차세대 인터넷 전송 프로토콜이다. 연결 초기 단계부터 데이터를 암호화해 기존 방식보다 트래픽 내용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8월 유세닉스 시큐리티 학회 발표 논문에서 해당 작동 방식이 처음으로 상세히 공개됐다. 시스템은 QUIC 초기 패킷을 실시간으로 복호화해 차단 여부를 결정한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을 역이용해 임의의 UDP 트래픽을 차단하는 공격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기업 지엣지 네트웍스의 내부 자료 500GB 이상이 유출되면서 DPI 기반 검열 시스템을 미얀마·파키스탄·에티오피아·카자흐스탄에 수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이를 '턴키 방식의 만리방화벽'이라 규정하고 있으며, 권위주의 국가들이 즉시 사용 가능한 검열 체계를 손에 넣게 됐다고 경고했다. DPI는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데이터 패킷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특정 트래픽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이다.
이란은 올해 1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국제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고 '국가정보망(NIN)'으로만 제한적 접속을 허용했다.
BGP 라우팅을 유지한 채 실제 트래픽을 막는 '스텔스 셧다운' 방식을 택해 외부 모니터링을 피했다. 클라우드플레어 기준 이란 인터넷 트래픽은 사실상 0%까지 떨어졌다. 셧다운 비용은 하루 3570만달러(약 535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란 정부는 차단 완화 이후 국제 인터넷이 "이전 형태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화이트리스트 접속 구조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치인·기업인 등 특정 계층에게만 무제한 인터넷을 허용하는 '화이트 심 카드'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러시아 기술자들이 이란 검열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터넷 자유 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중국이 10년 이상 세계 최악의 인터넷 자유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중국, 이란이 검열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며 '디지털 권위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VPN 업체들도 DPI를 회피하도록 트래픽을 일반 HTTPS처럼 위장하는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하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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