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U 8i. (출처=구글클라우드)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구글이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처음으로 선별된 외부 고객의 데이터센터에 직접 납품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AI 칩 시장 판도에 변화를 부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알파벳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콜에서 "AI 연구소, 자본시장 기업,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TPU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특정 고객의 자체 데이터센터에 TPU를 직접 배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2015년 TPU를 처음 데이터센터에 배치해 내부 서비스에 투입한 뒤, 2018년부터 구글 클라우드를 통한 임대 방식으로 외부 기업에도 제공해왔다. 이번 결정은 임대가 아닌 물리적 납품이라는 점에서 사업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으로 평가된다.
피차이 CEO는 이런 결정이 차세대 실리콘 연구·개발 자금 마련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해 일부 수익이 발생할 것이며, 본격적인 실적 기여는 내년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슈케나지 CFO는 또 "TPU 판매 수익은 출하 시점에 따라 분기별로 변동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PU 직판 발표는 구글 클라우드의 호실적과 함께 나왔다. 구글 클라우드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00억달러(약 29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3% 성장했다. 수주잔고는 4620억달러(약 687조원)로 전분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피차이 CEO는 "인프라 구축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클라우드 매출이 더 높을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알파벳 전체로는 1분기 매출 1099억달러(약 163조4000억원), 순이익 626억달러(약 93조원)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분기 기준 357억달러(약 53조원)로 대부분이 AI 인프라에 투입됐다. 아슈케나지 CFO는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도 1800억~1900억달러(약 267조7000억원~282조50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TPU를 채택한 주요 고객으로는 앤트로픽(Anthropic), 메타(Meta), 씽킹 머신스 랩(Thinking Machines Lab), 허드슨 리버 트레이딩(Hudson River Trading),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등이 알려져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10월 TPU 100만장을 도입해 1기가와트(GW)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약을 공식화했다. 메타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TPU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차이 CEO는 구글 클라우드 수주잔고 4620억달러에 이 같은 TPU 하드웨어 공급 계약분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잔고 대부분은 여전히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계약이라고 부연했다.
구글은 앞서 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 행사에서 8세대 TPU 2종을 공개한 바 있다. 학습용 'TPU 8t'는 이전 세대 대비 2.8배의 처리 성능을 같은 가격에 제공하며, 추론용 'TPU 8i'는 가격 대비 성능이 전 세대보다 80% 향상됐다.
구글은 엔비디아(NVIDIA)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자체 설계 중앙처리장치(CPU) '액시온(Axion)'을 포함한 다양한 컴퓨팅 옵션을 함께 제공한다.
TPU 8t(왼쪽)와 TPU 8i. (출처=구글클라우드)
시장 분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TPU 외부 판매가 AI 반도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시장조사업체 J.골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잭 골드 대표는 테크 전문매체 CIO와의 인터뷰에서 "TPU는 추론 워크로드에, 엔비디아 GPU는 대규모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각각 최적화돼 있어 경쟁보다는 보완 관계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알빈 응우옌 포레스터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도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칩 판매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역량 측면에서 인텔·AMD·엔비디아가 구글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길 루리아 D.A. 데이비드슨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TPU를 외부에 판매하면 장기적으로 AI 칩 시장의 2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TPU 사업 가치가 최대 9000억달러(약 1338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카를로타 코즐로스키 블룸스버리 정보보안연구소 연구원도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구글과 메타의 계약은 TPU가 엔비디아 AI 학습 칩의 신뢰할 수 있는 대안임을 시장에서 입증한 사례"라며 "AI 칩 시장이 구조적으로 분산되면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랜든 호프 IDC 리서치 디렉터는 "자체 추론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 고객은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에 사실상 종속돼 있어 TPU 전환을 주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 업계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자체 개발 칩 외부 판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발표로 구글이 먼저 외부 판매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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