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중력·마찰력 이해하는 WFM 경쟁 가속
시뮬레이션 기반 ‘심투리얼’ 기술 핵심으로 부상
텍스트 답변 넘어 실제 업무 완수하는 LAM 시대로의 확장 예고
[데이터넷]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물리적 실체를 갖고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로봇과 자율 제어 시스템이 현실의 복잡한 변수 속에서 오류 없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력, 마찰력, 유체 저항 등 물리 법칙을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상 세계에서 물리 법칙을 학습시키는 ‘월드 모델(World Model)’과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이 피지컬 AI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편집자>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화면 속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실체를 갖고 현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MMR)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47% 성장해 2032년 173억 2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행보에서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TC 2026’ 기조연설에서 “AI의 다음 물결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라며 “이제 AI는 픽셀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중력과 마찰력을 계산하고 현실의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피지컬 AI를 위해 물리 법칙이 적용된 가상 세계에서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학습시키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시장에 제시했다. 코스모스는 텍스트나 영상을 입력하면 물리적 일관성을 갖춘 4D 세계를 모사하고 예측하는 기능을 갖췄다.
여기서 월드 모델이 특정 환경이나 작업의 인과관계를 학습한 개별 로봇의 ‘뇌’라면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은 방대한 물리 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다양한 산업군과 환경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거대 지능 플랫폼’을 뜻한다. 즉, WFM은 로봇이 처음 보는 환경에서도 중력이나 마찰 같은 물리적 상식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기초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피지컬 AI가 글로벌 기술 패권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국내 기업과 기관도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로봇의 행동을 직접 제어하는 거대행동모델(LAM)로의 확장을 지원한다. 산업통상부는 산학관 연합체인 ‘K-휴머노이드연합’을 출범시키며 생태계 육성에 돌입했다.
피지컬 AI 안착 위한 요건
이러한 물리적·제도적 요건을 현실에서 일일이 검증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가상 공간에서 물리 법칙과 필수 요건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월드 모델’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월드 모델은 피지컬 AI가 현실로 나오기 위한 핵심 돌파구로서 다음의 세 가지 가치를 제공한다.
첫째, 시행착오에 따른 안전 리스크와 막대한 비용을 최소화한다. 로봇이 현실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방식은 사고 위험과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월드 모델은 안전한 ‘가상 샌드박스’에서 수만 번의 예행연습을 거쳐 최적의 행동을 찾게 돕는다.
둘째, 로봇에게 물리적 인과관계를 이해시키는 예측 지능(Predictive Intelligence)을 부여한다. 정지된 데이터 분석에 그치던 기존 AI와 달리, 월드 모델은 중력과 마찰 등 3D 공간의 법칙을 이해한다. 이를 통해 시간 흐름에 따른 상태 변화와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을 로봇에게 부여한다.
셋째, 현실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합성 데이터’를 무한히 생성해 신뢰성을 확보한다. 자율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실세계에서 겪기 힘든 극단적인 돌발 상황(Edge Case) 학습이 필수적이다. 월드 모델은 물리적으로 정확한 가상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성해 데이터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훈련 속도를 끌어올리는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엔드투엔드 피지컬 AI 워크플로우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피지컬 AI를 ‘이해-추론-행동-학습(Understand-Reason-Act-Learn)’이 반복되는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이를 지원하는 엔드투엔드 워크플로우를 구축하고 있다.
AWS가 제시하는 개발 수명 주기는 데이터 수집 및 준비부터 시작해, 강화 학습 및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모델 훈련, 양자화(Quantization)와 증류(Distillation)를 통한 모델 최적화, 그리고 엣지 환경에서의 실시간 추론 운영으로 구성된다.
AWS는 지능형 시스템이 단순 지시를 따르는 것을 넘어 인간과 협업하는 파트너십 구현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딜리전트 로보틱스(Diligent Robotics)’의 의료용 모바일 로봇 ‘목시(Moxi)’가 있다.
목시는 병원 내 약물 전달, 랩 샘플 운송 등 물류 작업을 수행하며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결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도 엣지 배포를 통해 실시간 자율 판단을 내리는 목시는 120만 건 이상의 배송을 완료하며 병원 직원의 업무 시간을 약 60만 시간 절감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아울러 AWS는 ‘생성형 AI 혁신 센터(Generative AI Innovation Center)’를 통해 기업이 피지컬 AI 솔루션을 현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연결 로봇의 사이버 보안, 기존 인프라와의 상호 운용성, 안전 메커니즘 등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환경에 안전하게 통합되도록 돕고 있다.
계열사 시너지 기반 로봇 행동 모델
LG그룹은 계열사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AI 기술을 결집해 피지컬 AI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을 맡은 LG AI연구원은 최근 전담 조직인 ‘피지컬인텔리전스랩’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기존의 시각·언어 인지 모델을 넘어, 로봇이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물체를 집거나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관절을 어떻게 움직일지 스스로 추론하는 ‘행동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가상 현실에서 학습한 행동 제어 능력을 실제 환경에 구현하는 ‘심투리얼(Sim2Real)’ 기술을 고도화해, 궁극적으로 제조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범용적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지능은 그룹 내 하드웨어 인프라와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한다. LG전자가 로봇의 핵심 구동부인 액추에이터(관절)를 내재화하고, LG이노텍이 라이다(LiDAR) 등 비전 센싱 시스템을 구현하며, LG에너지솔루션이 휴머노이드 특성에 맞춘 고출력·경량화 배터리를 공급하는 수직 계열화 구조다.
LG그룹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가상 학습장에 투입해 행동 모델을 고도화하고, 내년 중 실제 제조 공정에 피지컬 AI를 투입해 생산 비용 절감과 수율 향상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입증할 계획이다.
G1 휴머노이드 / 마이크로소프트
공간 지능 기반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확장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각 언어 모델인 파이(Phi) 시리즈를 기반으로 개발한 첫 번째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로-알파(Rho-alpha)’를 공개했다.
로-알파는 로봇이 자연어 명령을 바탕으로 정교한 양손 조작(Bimanual Manipulation)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어 신호를 생성한다. 특히 기존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의 인지 범위를 넘어 촉각 센싱 등 새로운 모달리티를 결합한 ‘VLA+’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로봇이 오류를 범하더라도, 사용자가 개입해 동작을 바로잡으면 작동 중에도 이러한 교정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학습해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질의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인프라를 활용한다. 애저 클라우드 기반의 엔비디아 아이작 심(Isaac Sim) 프레임워크를 통해 합성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성하며, 이를 실제 로봇의 궤적 데이터 및 웹 규모의 시각 데이터와 공동 학습시키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아울러 ‘로-알파 리서치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너와 고객들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클라우드 기반의 피지컬 AI를 직접 훈련하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 특화 월드 모델로 SDM 혁신
국내 산업 특화 AI 기업인 마키나락스는 제조 현장의 복잡한 물리적 변수를 제어하는 AI 운영체제 ‘마키나락스 런웨이(MakinaRocks Runway)’를 피지컬 AI에 적용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제조·국방 등 강력한 보안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즉시 실행 가능한 ‘현장 밀착형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한다.
런웨이는 AI 모델과 도구,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체계로 관리하는 운영 구조를 제공하며, GPU 동적 분할을 통한 자원 최적화 기능을 통해 물리적 연산이 집약된 피지컬 AI 워크로드를 효율화한다.
마키나락스의 ‘웰드비전엑스(WeldVisionX)’는 월드 모델이 지향하는 ‘물리적 인과관계의 자율적 파악’을 제조 공정에 이식한 사례다. 3D AI 비전 기반 ‘제로 티칭(Zero-Teaching)’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은 별도의 학습 없이 용접 경로 생성부터 품질 검사까지 전 공정의 자율화를 실현한다.
이는 숙련공의 경험적 기술을 디지털화해 가상 세계에서 검증하고, 이를 다시 로봇의 정밀한 물리적 행동으로 치환하는 피지컬 AI의 선순환 구조를 상징한다. 자율 도면 솔루션 ‘드로우엑스(DrawX)’는 파편화된 도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의사결정을 표준화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구축을 가속화한다.
마키나락스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정예팀으로 참여하며 K-AI의 기술 자립을 이끄는 동시에, 자동차·반도체·에너지 등에서 대규모 AI 사업을 수주하며 실전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설비의 조기 예측을 통해 다운타임을 최소화하는 트러블 슈팅 에이전트와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최적 제어 알고리즘은 가상 환경(Sim)에서 도출된 지능이 실제 현장(Real)의 물리적 가치로 전환되는 핵심 도구가 되고 있다.
마키나락스는 이러한 산업 특화 월드 모델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제조 현장이 피지컬 AI를 통해 ‘초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운영 체제를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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