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28억3000만달러 사상 초유 실적…700억달러 건너뛰고 800억달러 시대 직행
AI발 메모리 단가 폭등이 견인…중동 전쟁 파고 속 무역수지 257억4000만달러 역대급 흑자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3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민국 수출은 중동 전쟁의 전운이 짙게 깔린 악조건 속에서도 월간 800억달러라는 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이는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가 전년 대비 150% 이상 폭증하며 한국 경제의 강력한 저력을 입증한 결과로 풀이됐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한 861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12월(695억달러)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월 수출 700억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800억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것이다.
무역수지 또한 257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 반도체 300억달러 시대 개막…메모리 단가 863% 수직 상승
이번 기록적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반도체가 꼽힌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한 328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3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는 AI 서버 투자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DDR4 8Gb 가격은 1년 새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863%나 치솟았으며 DDR5 16Gb와 낸드 128Gb 역시 6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높은 D램(DDR4·DDR5) 단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분기 말인 3월을 맞아 조업일수와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고 특히 낸드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 급증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 20% 중후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강 실장은 "반도체는 여러 변수가 있지만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인 추세로 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수출입 추이. 자료= 산업부. 그래픽= 연합뉴스.
◆ 15대 주력 품목 중 10개 기지개…전쟁 여파는 선명
반도체 외의 품목들도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여줬다.
반도체를 제외한 3월 수출액도 전년 대비 18.4% 증가했으며 ▲자동차(2.2%) ▲선박(10.7%) ▲이차전지(36.0%) ▲컴퓨터(189.2%) 등 주력 15대 품목 중 10개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기기기,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유망 품목도 3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세부 지표에는 중동 전쟁의 충격이 고스란히 각인됐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단가 상승으로 54.9% 증가했으나, 수출 통제가 시작된 지난달 13일 이후 휘발유(-5%), 경유(-11%), 등유(-12%) 수출은 감소했다.
나프타는 지난달 27일 수출 제한 조치로 물량이 22% 급감했다.
지역별로도 대중국(64.2%), 대미국(47.1%) 수출은 급증한 반면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로 49.1% 급감했다.
에너지 수입 부문에서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수입액이 전년보다 5% 감소한 60억달러에 그쳤다.
강감찬 실장은 "지금은 무역수지 흑자 규모보다 안정적인 원유 확보 자체가 더 절박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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