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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원전 수출하려 ‘비핵화 안전핀’ 뽑은 트럼프…핵 도미노 우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사실상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지역의 역학구도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 수출하려 ‘비핵화 안전핀’ 뽑은 트럼프…핵 도미노 우려

사우디, 미와 민간 원자력 협정 …우라늄 농축 핵무기 개발 길 열려

이란전 등 중동 불안정 심화…튀르키예·이집트 핵무장 욕구 자극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사실상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는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지역의 역학구도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문제 삼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수출을 위해 중동 비핵화 안전핀을 스스로 뽑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는 22일(현지시간) “사우디와 ‘123 협정’으로 알려진 평화적 원자력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이 협정이 미국의 원자력 수출 확대, 고임금 일자리 창출, 미·사우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미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체결했던 원자력 협정과 달리 사우디에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포기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기술은 핵탄두 제조에 필요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아야 하지만, 미국은 사우디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 의무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SNS에 “미국과 사우디 간 민간 원자력 협정은 핵물질 농축을 허용하지 않는 비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에 관한 것”이라며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이 전제”라고 밝혔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협정인데, 사우디는 정치·종교적 민감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IAEA에 모두 가입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을 의식해 끊임없이 핵무기 확보 방안을 모색해왔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018년과 2023년 미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을 가지면 우리도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핵확산을 우려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영구 포기 등 엄격한 조건을 요구했던 미국의 태도가 바뀐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수출 정책과 관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행정명령을 통해 “2029년 1월까지 최소 20개의 새로운 ‘123 협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미국은 태국, 엘살바도르, 말레이시아, 바레인, 에콰도르 등과 123 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의 중이다.

미국은 이란 전쟁으로 약화한 사우디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우라늄 농축 권한을 당근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어떠한 비확산 제약 조건도 내걸지 않는 중국의 원전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며 미국을 압박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핵무기 임계점에 가까운 이란 등이 얽혀 있는 중동의 안보 지형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 우려했다. 튀르키예 등의 핵무장 욕구를 자극해 핵 도미노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미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리처드 네퓨 선임연구원은 “이번 협정은 다른 나라들이 악용할 선례를 만든 것”이라며 “북한이 시리아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폭격했던 것을 이제 미국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중동 담당자 로즈메리 켈라닉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자극해서 핵무기 개발을 부추기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민주)은 “이란과 사우디의 유일한 차이는 사우디와의 거래로 웨스팅하우스가 막대한 돈을 벌게 되는데, 이란은 미국 기업들에 그런 이익을 준 적이 없다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이 협정은 의회에서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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