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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마 라시드 리안갤러리 서울 개인전...‘빵과 서커스’로 읽어낸 욕망과 권력의 풍경

우마 라시드(Umar Rashid)의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의 집합이다. 고대의 신과 제국의 군인, 관광객과 스포츠 선수, 영화 속 캐릭터와 기업의 로고, 신화와 만화, 역사적 사건과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 한 화면에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의 시대, 권력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

역사와 신화, 대중문화 뒤섞어 ‘대안적 역사’ 구축

전시는 10월 17일까지.

우마 라시드가 자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인옥기자

우마 라시드(Umar Rashid)의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의 집합이다. 고대의 신과 제국의 군인, 관광객과 스포츠 선수, 영화 속 캐릭터와 기업의 로고, 신화와 만화, 역사적 사건과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 한 화면에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각각의 이미지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 속에서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직감한다. 우마 라시드가 자신의 회화를 그림인 동시에 그가 만든 하나의 세계로 인식한 결과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10월 17일까지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 ‘The Epoch of Totalitarianism IV. The Slow Motion Chaos of Bread and Circuses(전체주의의 시대 IV ― ‘빵과 서커스’가 만들어내는 느린 혼돈)’에 소개된 작품들은 라시드가 20여 년에 걸쳐 구축해 온 거대한 세계관의 네 번째 장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가상의 제국과 국가, 인물과 사건이 서로 연결되는 방대한 서사를 만들어왔다. 전체 이야기는 12개의 파트로 이어지며 한 파트를 완성하는 데 약 2년이 걸린다. 이번 전시 역시 독립적인 하나의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앞선 이야기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사이에 놓인 한 장면이다.

우마 라시드 작 'The Battle of Spring break. Cancun'. 리안갤러리 제공

라시드는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그가 “회화는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하나의 매체이며,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는 작업 방식은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온 경험과 연결된다. 극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 아래 성장한 그는 역사와 신화, 영화와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여 년 동안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왔다.

“역사는 물과 같아서 여러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그의 말은 라시드의 역사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에게 지나간 과거는 현재를 구성하는 살아있는 서사다.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에서 현대의 관광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이어지는 욕망의 구조가 그 예다.

그는 “과거의 지배 방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형됐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식적인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들을 상상 속으로 불러들이고, 실제와 허구, 신화와 대중문화를 뒤섞어 역사를 재구성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권력의 질서를 낯설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승자의 시선으로 기록된 역사는 언제나 완전하지 않다. 누군가의 영광은 다른 누군가의 상처 위에 세워졌을 수 있고, 한 제국의 발전은 다른 사회의 수탈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그는 이런 역사를 재구성할 때 사실과 허구 사이에 의도적으로 틈을 만든다. 그 틈을 통해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집어넣고, 이미 알려진 역사에 다른 가능성을 부여한다. 바로 ‘대안적 역사’다.

그의 ‘대안적 역사’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제외됐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를 다시 역사 속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으로 기술된다. “저는 역사의 비대칭을 허구의 세계를 통해 다시 배열하고 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이 가상의 제국을 묘사한 ‘프랭글랜드(Frenglish Empire)’다. 프랑스와 영국을 하나의 국가로 결합한 이 가상의 제국은 처음에는 유머러스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제가 역사 속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전쟁과 자유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프랭글랜드는 하나의 정치적·문화적 우주로 발전했습니다.”

우마 라시드 작 'The Danubian Disruption'. 리안갤러리 제공

작업은 흡사 소설을 쓰듯 진행된다. 첫 단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 국가를 만들고, 인물을 등장시키고, 사건을 연결한다. 역사와 신화를 연결하고, 허구의 사건과 실제 역사를 교차시킨다. 그리고 그것들은 회화와 설치, 조각, 섬유와 의복의 형태로 변환된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시간이 동시에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와 누비아의 역사, 유럽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경험, 고대 신화와 현대 영화, 힙합과 코믹북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한다. 역사적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같은 공간에 있고, 고대의 신이 현대의 관광객을 바라본다. 영화 속 영웅은 고대의 신화적 존재와 한 화면에서 싸운다.

“제 화면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를 침범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뒤섞임이다. 과거의 욕망은 현재의 욕망과 정치, 문화 속에서 계속 작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The Epoch of Totalitarianism’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전시 제목인 ‘빵과 서커스’는 고대 로마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오락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중요한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라시드는 이 개념을 현대사회로 가져온다. 오늘날 사람들은 관광을 하고, 스포츠를 보고, 놀이공원을 찾고, 영화를 보고, 브랜드를 소비한다. 그것들은 분명 삶의 즐거움이다. 라시드 역시 즐거움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즐거움의 구조다.

“누가 무엇을 즐길 것인지, 어떤 이미지를 욕망하게 할 것인지, 어떤 공간을 관광지로 만들고 어떤 상품을 소비하게 할 것인지. 이러한 선택 뒤에는 경제적 힘과 문화적 영향력, 정치적 권력이 작동합니다.”

작품 속 관광지는 권력이 작동하는 새로운 무대가 된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휴양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병사와 고대의 신, 낯선 에너지와 사건이 출몰한다. 툴룸의 세노테 역시 이국적인 관광지인 동시에 고대 신앙과 죽음,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장소로 변한다.

우마 라시드 작 'The Evian Incident'. 리안갤러리  제공

2026년작 ‘Incident Report: The Evian incident’은 이러한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화면에는 스키어와 관광객들이 등장하고 산의 풍경은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러나 이미 어떤 사건이 발생한 듯한 긴 제목과 뒤집힌 스노모빌, 곳곳에 배치된 병사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불안하게 만든다.

특히 산과 물의 이미지에 겹쳐진 에비앙 로고는 자연과 상품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물조차 브랜드가 되고 소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자연은 관광과 자본의 시선 속에서 하나의 상품이 된다.

툴룸의 세노테를 다룬 ‘Incident report: undisclosed cenote in Tulum’ 역시 성스러움과 관광문화의 경계를 흔든다. 깃털 달린 뱀 아래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린 사람들은 고대의 신도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현대의 관광객처럼 보인다. 여사제와 해골로 이루어진 기둥, 동굴벽화가 등장하면서 고대의 의례와 현대의 소비문화가 겹친다.

작품에는 디즈니의 성과 미키마우스, 스케이트보드 잡지의 로고처럼 세계적으로 익숙한 이미지도 등장한다. 그는 이 이미지들을 단순한 팝적 장식이라기보다 하나의 ‘현대 신화’로 바라본다. 디즈니의 성이 대표적이다. 그 이미지는 독일 바이에른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출발해 디즈니의 신데렐라 성으로 변형됐고, 오늘날에는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적 기호가 됐다. 하나의 건축 이미지가 시대와 장소를 이동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 것이다.

라시드는 바로 이 이동에 관심을 갖는다. “이미지는 이동하고, 복제되고, 소비되면서 새로운 권력을 갖습니다.”

우마 라시드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리안갤러리 서울 전시장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그의 회화는 채색 필사본과 세밀화, 우키요에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 평면적인 구성과 선명한 윤곽이 대표적이다. 화면 속 다양한 이미지들은 수집과 상상의 동시 작동의 결과다. 역사적 자료와 영화, 대중문화, 신화 등에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것을 자신의 상상과 결합해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

무거운 정치적 메시지로 작업이 출발하지만, 라시드는 자신의 작품을 “즐기면서 보라”고 주문한다. 화려한 색채를 보고, 익숙한 캐릭터를 발견하고, 낯선 인물과 이야기를 상상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즐거움의 한가운데서 질문을 던져보라고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리가 여행하는 장소는 어떻게 관광지가 되었으며, 우리가 소비하는 브랜드는 어떻게 우리의 욕망 속에 들어왔는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역사는 누구의 시선으로 기록된 것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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