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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외인 3조 매도폭탄에 속수무책…원·달러 환율 1530원 뚫렸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5.16%)와 SK하이닉스(-7.56%)도 폭락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대외 변수와 수급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고,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외인 3조 매도폭탄에 속수무책…원·달러 환율 1530원 뚫렸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달러 약세에도 나홀로 ‘급락’

한은 대응에도 시장 불안 지속

[연합뉴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이 31일 끝내 1530원도 돌파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원화 약세가 가속화한 영향이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안일하게 대응해온 외환당국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36원대를 기록하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1530.1원에 마감하며 단숨에 1530원선에 올라섰다. 전날 1520원선을 넘어선 이후 하루 만에 추가 급등하며 1540원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24.84포인트(-4.26%) 빠진 5052.46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2.53%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5100선을 지키지 못하고 약 두 달 만에 5050선까지 밀려났다. ‘오천피’(코스피 5000포인트)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5.16%)와 SK하이닉스(-7.56%)도 폭락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대외 변수와 수급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고,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확대됐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대거 자금을 회수하면서 원화 약세를 직접적으로 자극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닥 시장에서도 매도 우위를 보이며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빼냈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한 뒤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단기적 움직임을 넘어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0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이 대규모로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환율 상승과 증시 하락을 막기에는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다.

특히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디커플링’ 양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원화의 상대적 취약성이 부각됐다. 글로벌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내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상승이라는 의미다.

시장 불안을 키운 데는 정책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이날 첫 공개 발언에 나선 신현송 한국은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달러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다”는 평가와 함께 원화 약세를 제어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이 “현재 원화 절하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고 보고 있다. 시장 심리나 쏠림이 확대될 경우 원칙적으로 대응하게 돼 있다”며 “수준 자체를 특정해 대응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지만, 속도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빠른 상황으로 긴장감을 가지고 보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신 총재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후보자는 단지 환율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위기 상황과 연계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은도) 달러 유동성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항상 소통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대응 시점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외환당국이 224억달러를 순매도하며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세조정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일본이 엔화 약세에 대해 강도 높은 구두개입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1500원대에서 대응이 없었던 만큼 시장 참가자들이 경계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는 당국 외에는 환율 상단을 제어할 주체가 사실상 없다”며 “1500원선에서 대응이 없었기 때문에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1530원대에서는 한 차례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현 수준에서라도 강한 구두개입이 나와야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달러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고유가·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 구조상 달러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국 외에는 상단을 막을 주체가 없는 만큼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금융위기 수준인 1590원대까지도 시도할 수 있는 장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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