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6년 차 내공…예측 가능한 생산
HBM4·대형 AI 칩 최적화 설계 지원
자율주행·차세대 통신까지 적용처 쑥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이 ‘완성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최선단 공정의 뛰어난 성능과 성숙 공정의 안정성을 모두 품으면서다. 초기 수율 리스크는 지우고 성능의 한계는 극복하면서 인공지능(AI)부터 전장(오토모티브)까지 첨단 산업 전반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양산 6년 차’의 내공…선택지 넓힌 완성도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4나노 공정의 핵심 무기는 예측 가능성이다.
양산 6년 차에 접어들며 공정 변수는 줄고 결함 패턴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고객인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입장에서는 칩 제조를 넘어 생산 일정과 개발 비용까지 사전에 가늠할 수 있게 됐다. 까다로운 아날로그 영역의 설계 규칙까지 완화돼 고객사의 설계 유연성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기술적 완성도 역시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선폭을 좁히는 데 그치지 않고 트랜지스터와 배선 구조를 동시에 뜯어고친 영향이다. 다양한 임계전압(Vth) 옵션을 제공해 속도가 빠른 고성능 칩(uLVT)과 누설 전류를 막는 저전력 칩(HVT)을 입맛대로 맞춤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칩 내부의 데이터 이동 속도를 깎아먹는 배선 지연(RC Delay) 현상도 특수 스택 추가로 종전보다 약 26% 낮아졌다. 시스템 전체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AI부터 HBM4까지…‘발열·전력’ 난제 푼다
고객들의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탄탄한 양산 능력이 입소문나며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업계에서 생산 의뢰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통상 AI 칩은 연산 극대화를 위해 면적이 넓은 ‘대형 다이(Large Die)’ 구조를 쓴다. 칩이 커질수록 결함 확률이 치솟아 수율 확보가 까다롭지만 삼성은 4나노의 높은 균일성과 고밀도 배선 구조로 이 허들을 넘었다고 한다. 실제 미국 대형 업체의 AI 전용 언어처리장치(LPU)에 삼성 4나노 4세대 공정이 적용됐고 올 하반기 차세대 칩 양산을 앞두고 있다. 초고속 인터페이스인 ‘서데스(SerDes)’를 거뜬히 구현하며 고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도 입증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두뇌인 베이스 다이(Base Die)에도 4나노가 등판한다. 좁은 공간에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HBM의 특성상 발열과 전력 제어가 생명이다. 삼성은 공정과 설계를 따로 보지 않고 통합 최적화하는 ‘DTCO’ 기법을 꺼내 들었다. 단순한 미세화만으로는 풀기 어려웠던 전력 손실, 배선, 신호 무결성 간의 상충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車 전장·통신까지…한계 없는 ‘확장성’
차량용 전장과 차세대 통신(RF) 분야도 4나노를 주목한다. 자율주행 고도화로 차량 내 연산량은 폭증하지만, 전력과 발열 제약은 스마트폰 이상으로 엄격하다. 4나노 공정은 낮은 동작 전압으로 ‘제한된 전력 내 최대 성능’을 뽑아낸다. 저전력 D램(LPDDR), PCIe 등 차량 전용 ‘오토 그레이드 IP’ 포트폴리오를 대거 지원해 차세대 자율주행 칩 구현을 적극 돕는다.
와이파이 8, 6G 등 차세대 통신 칩 분야도 마찬가지다. 과거 아날로그 부품 중심이던 RF 칩은 점차 디지털 처리 기능이 내장된 RF 시스템온칩(SoC) 구조로 변모 중이다. 미세 공정으로 디지털 회로 면적과 전력 소비를 동시에 줄여주는 4나노는 복잡한 차세대 통신 시스템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로 넘어가기 전, 핀펫 기술의 정점인 4나노를 통해 가장 강력한 범용 무기를 장착했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4나노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각기 다른 요구조건을 단일 공정에서 충족시키는 마법의 플랫폼”이라며 “검증된 안정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처로 확장하며 파운드리 실적 반등의 핵심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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