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와글와글] 아무리 권리라지만…선 넘은 행동에 '국민 비호감' 된 삼성...

SNS와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성과급 받을 땐 미국 빅테크기업이고, 고용은 한국식 철밥통이냐', '돈 보고 투쟁하는 게 아니라더니 돈 얘기만 나온다', '삼전 다니는 게 생존권 투쟁이냐', '불과 수년 전...

[와글와글] 아무리 권리라지만…선 넘은 행동에 '국민 비호감' 된 삼성...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앞두고 여론의 시험대에 오른 눈치입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인데요.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사후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노조는 매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시스템을 투명화하는 동시에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특별 포상으로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데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데요. 사측이 이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조정이 어렵다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회사는 덜 주려고 하고, 노동자는 더 받으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죠. 그리고 임단협이 난관에 봉착하면 노조는 다음 스텝인 투쟁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헌법에서 보호하는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을 단행할 때도 있죠.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문제는 그 장면에 노조가 붙인 자막입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권리도 설명에 실패하면 특권처럼 보이는 법이죠. 지금 삼성전자 노조가 마주한 상대는 사측만이 아닙니다. 시민사회에서 형성된 부정적 여론입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노조에 '비호감 3종 세트'라는 꼬리표를 붙인 모양새입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는 나라입니다. 내수 경기 침체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수령했고, 삼성전자 노조 역시 억대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운운하고 있으니 복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부 있을 겁니다. SNS와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성과급 받을 땐 미국 빅테크기업이고, 고용은 한국식 철밥통이냐', '돈 보고 투쟁하는 게 아니라더니 돈 얘기만 나온다', '삼전 다니는 게 생존권 투쟁이냐', '불과 수년 전 회사가 어려울 땐 임금 깎자고 했느냐' 등 댓글이 쉽게 목격됩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비판과 조롱으로 여겨집니다. 삼성전자 노동자 입장에선 성과급을 더 받고 싶겠죠. 기준이 더 투명했으면 좋겠죠. 경쟁사보다 덜 받으면 무척 억울하죠. 아마 저라도 글로벌 1등 기업이면 보상도 글로벌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투쟁의 목소리를 높였을 겁니다. 누리꾼들의 반응도 이해가 갑니다. 우리는 먹고살기 힘든데 너희들은 연봉도 높으면서 고액 성과급까지 달라고 파업 시도를 하느냐는 거죠. 많이 벌면 많이 받고 싶고, 많이 버는 사람을 보면 배가 많이 아프죠. 인간 본성이 다 그러니까요. 더욱이 성과급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건 삼성전자가 언젠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인 게 분명하기도 하고요.

문제는 그 뒤에 이어진 상황들입니다. 투쟁 과정에서 보인 노조 측의 언행이, 성과급 요구라는 노조의 정당한 명분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시민사회의 비호감을 사면서 삼성전자 파업 이슈를 향한 여론이 들끓다 못해 차갑게 싸늘해지고 있는 겁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챗gpt 이미지= 뉴스드림

우선, 노조 내부에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3월 열린 총회에서 조합비 일부를 집행부 직책 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규약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조 집행부는 근로시간 면제를 적용받아 사측으로부터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데, 조합비로 수백만 원씩 더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겁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조합원 성과급을 말하면서 집행부 수당부터 챙긴 것 아니냐', '노조가 조합원을 위한 조직인지 집행부를 위한 조직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되든 안 되든 간부는 돈 받는 구조 아니냐' 등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조합 내부 커뮤니티에서도 '간부들이 이익집단이 된 것 같다', '규약을 따로 분리해서 투표했어야 했다'와 같은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소식을 듣고 집행부에 실망해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들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물론, 해당 사안을 이중 급여 수령이라고 단정하기엔 지급 근거, 지급 주체, 근로시간 면제 적용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따져봐야 할 겁니다. 그러나 성과급 산정 투명화를 외치던 쪽이 정작 불투명한 집행부 보상 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 자체가 치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간부들 입장에선 억울함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론전에선 억울함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내부 균열은 노조 외부로도 분출된 분위기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노조의 일부 간부들은 정부 중재 아래 진행되는 노사 사후조정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조합 내부 텔레그램을 통해 '회사를 없애버리는 게 맞다', '죽빵 한 대 갈기고 싶다', '분사를 각오한다' 등 메시지를 보내면서 조합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발언 수위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조합원들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바깥으로 유출됐다는 거겠죠.

발언의 맥락이 있을 수도 있고, 격앙된 분위기에서 나온 실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죠. 댓글창은 삼성전자 노조를 규탄하는 반응들로 가득 찼습니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것 아니냐', '월급 받는 사람이 회사를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의 무게를 모르는 것 같다', '노조가 변질됐다' 등 비난이 쏟아졌고, 일부 네티즌들은 '누가 보면 투자자나 그룹 회장인 줄 알겠다', '직원이 회사 없애니 마니 하는 게 코미디'라고 조롱하기도 했는데요.

삼성전자 내부의 온도차도 작지 않다는 후문입니다. DS와 DX, 반도체와 비반도체, 성과급을 기대하는 이들과 파업 부담을 함께 질 수밖에 없는 이들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반도체만 삼전이냐', 'DX는 회사에서도 버려지고 노조에서도 버려졌다', '특정 사업부문 소속 직원들이 현금 인출기냐' 등 댓글이 쉽게 목격됩니다. DS가 삼성전자의 심장이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심장이 뛴다고 팔다리를 떼놓고 다닐 순 없겠죠. 노조가 삼성전자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내세우려면, 삼성전자 전체 직원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물론,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론전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갑자기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적잖은 영향을 줬겠죠. 하지만 지금 온라인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은 그저 사측의 여론전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는 질문이 나오게끔 노조가 연신 헛발질을 하는 게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 구축에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요.

결정타는 '공부' 발언인 것 같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최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하청업체와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청 노조에서 몇 번 연락이 오긴 했는데 삼성전자 근로자를 위해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일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온라인 여론은 더욱 급격히 악화된 눈치입니다. '공부가 왜 나오느냐', '사측에는 공정 배분을 요구하면서 하청에는 채용 조건을 말하느냐', '노동자를 위한 노조가 아니라 노조를 위한 노조 같다', '하청까지 끌어안아야 명분이라도 생기는 것 아니냐', '지금까지 계속 연대를 외치다가 갑자기 입시 전형표를 꺼낸 느낌' 등 해당 발언의 모순점을 꼬집는 비판들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의 학벌이 노출되면서 원색적인 비난도 속출했는데요.

사측을 향해서는 '성과를 나누자'고 외치면서,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우리는 너희보다 공부를 더 했다'고 핀잔을 주면 노조의 도덕적 우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겠죠. '위로는 공정, 아래로는 선 긋기'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간 노조 친화적인 스탠스를 보여온 언론들도 삼성전자 노조 투쟁이 사내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직원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고임금 정규직의 밥그릇 챙기기' 프레임에 갇혔다는 기사를 내놓고 있는 현실입니다.

해당 인터뷰가 보도된 이후 정치권 기류도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오전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가 봐도 삼성전자 파업 이슈를 겨냥한 글인데요.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교체 이후 줄곧 노동권 강화와 친노조 정책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노란봉투법' 처리가 대표적인 사례죠. 그러던 이 대통령이 갑자기 왜 돌변해서 '기업경영권'이라는 단어를 들먹인 걸까요.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노동절 메시지에서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일하는 사람 누구나 공정한 대우를 받고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동 문제에 있어서 원하청을 구분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건데,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은 이와 정반대되는 인터뷰를 한 겁니다. 친노조 성향인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결코 편을 들어줄 수가 없는, 편을 들면 지방선거를 치르기 부담스러워질 만큼 선을 넘은 발언을 한 셈이 아닐까요.

▲삼성전자 CI

삼성전자 노조의 문제 제기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성과를 낸 직원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고,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방식은 개선돼야 마땅합니다. 불황기에는 '어려우니까 참자'고 했던 회사가 호황기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태도를 바꾸면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는 당연히 흔들릴 겁니다.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은 분명 합리적이고 합당한 명분을 갖고 있습니다. 한때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노조가 우위를 선점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 집행부가 스스로 유리한 고지에서 내려왔습니다. 조합원을 위한 투쟁이라고 했는데 '간부 이중 수당 의혹'이 터졌고, 총파업을 앞두고 '회사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내부 메시지가 외부로 유출됐습니다. 그리고 하청과의 성과 공유를 묻자 '공부 많이 한 정규직'이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언론 보도도, 여론의 관심도 '이중 수당', '없애버려야', '공부' 등에만 집중되는 형국이 됐습니다. 노조 입장에선 이보다 불리한 키워드 조합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권리도 공감대를 잃으면 특권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을 없애기 위해선 여론의 하한선부터 살펴야 할 겁니다. [뉴스드림]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