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에서 건설사 2530곳이 간판을 내렸다. 폐업한 건설사 10곳 중 6곳은 지방 업체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 적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일감 부족 등이 포개지면서 지방 건설사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대구 3위 건설사이자 시공능력평가 67위의 태왕이앤씨의 법정관리 신청은 지방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전문건설사를 넘어 중견 종합건설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25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건설사 폐업 신고건수는 2540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24.9% 늘어난 것으로 집게됐다. 1월 416건으로 시작해 2월 327건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3월 345건으로 다시 늘었다. 1분기 누계 1088건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수치이자 2012년 이후 12년 만의 분기 최대치였다. 4월과 5월에는 각각 159건과 116건으로 주춤했지만 6월 한 달에만 729건이 신고되며 상반기 누계는 2092곳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도 438건이 추가됐다. 업종별로는 전문건설사가 1639곳에서 2053곳으로 25.3% 늘었고, 종합건설사는 386곳에서 477곳으로 23.6% 증가했다. 종합건설사도 전문건설사 못지않은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공능력평가 67위이자 대구 지역 3대 건설사로 꼽히는 태왕이앤씨가 24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종합건설사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아너스’라는 주거 브랜드로 주택 사업을 활발하게 벌였던 태왕이앤씨는
사천IC복합산업단지 사업의 분양 대금 회수가 막히고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위기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직원 임금을 체불할 정도로 유동성이 말랐고, 협력업체에 줄 공사비 일부를 현금 대신 물건으로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은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다.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대저건설과 삼부토건, 안강건설 등이 잇달아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광주·전남 기반의 유탑건설도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범양건영과 삼일건설도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거나 신청한 상태다.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건설사 폐업은 대부분 지방에 쏠려 있다. 1분기 폐업 신고 10건 중 6건이 비수도권에서 접수됐고, 해당 비율은 5월 말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2분기에만 지방 건설사 약 602곳이, 7월 말까지는 누적 약 1518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신금융협회의
‘PF 매각 추진 사업장 현황’ 통계에서도 지난달 말 기준 매각 추진 사업장 249곳 중 148곳이 비수도권으로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우는 준공 후 미분양도 지방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6월 말 전국 2만9786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중 지방 비중은 매달 84~86%대를 유지했고, 대구는 3575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부산 3292가구, 경남 3226가구, 경북 2973가구, 충남 2372가구가 뒤를 이었다. 태왕이앤씨가 발목 잡힌 ‘분양 대금 회수 실패’가 대구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라 지방 전반의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업계는 위기가 협력업체와 중소 하도급사로 그대로 전이된다며 우려한다. 태왕이앤씨가 협력업체에 공사비 일부를 대물로 변제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6 지역건설산업 통계’ 보고서에서 지역건설산업 정책이 “단기 유동성 위기 대응과 중장기 체질 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또 정책 발표와 제도 시행 사이의 시차를 줄이기 위해 행정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배포하고 한시적 계약 특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지방
중소건설사에 대해서는 미분양 우려 등을 고려해 유독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적용한다”며 “정작 자금 여력이 있는 지역조차 이러한 문턱 때문에 사업이 멈춰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사업 초기 토지 매입 단계에 공공이 선투자하는 1조 원 규모 PF 개발앵커리츠, 시공능력 100위권 밖 중소 건설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PF 특별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안심환매 등을 추진해왔다. 중소 건설사 PF 특별보증은 승인액이 한도의 90%를 넘어설 만큼 현장 반응이 뜨거웠지만 미분양 안심환매는 2028년까지 1만가구 매입이 목표인데도 현재까지 매입 물량이 450가구에 그쳐 속도가 목표를 크게 밑돈다. 김승배 한국개발산업연구원장은 “실효성이 확인된 정책은 재원과 대상을 과감히 늘리고, 겉돌고 있는 정책은 매입 기준을 완화하거나 대상 지역을 넓히는 식의 선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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