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옥수수 대란' 전쟁 때문에 휘청이나···식량 공급망 '비상'

지난달 이른바 ‘옥수수 대란’으로 입소문을 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일부 옥수수 판매점들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국내 식량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 옥수수는 전쟁과 기후변화, 수출 규제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

국내 공급량 90% 이상 수입 의존

세계 수출 상위 7개국 점유율 90.7%

러·우 전쟁에 생산·물류 차질 우려

non-GM 옥수수 조달 선택 제한적

"생산기반 보완·수입선 다변화해야"

지난달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담벼락옥수수를 찾은 손님이 옥수수를 계산하고 있다. 박찬 기자

지난달 이른바 ‘옥수수 대란’으로 입소문을 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일부 옥수수 판매점들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국내 식량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 옥수수는 전쟁과 기후변화, 수출 규제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 국내 옥수수 공급량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국의 생산 차질이나 물류 불안이 발생하면 사료비와 식품 제조원가가 오를 수 있다. 이에 옥수수 시장 호황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옥수수 생산 추이.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제공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글로벌 식량 공급망 분석과 과제(3년차): 옥수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옥수수 공급량 가운데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웃돈다. 사료용·식용·산업용 등 쓰임새가 다양한 옥수수는 국내 축산업과 식품 가공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원료로 꼽힌다. 다만 국내 생산만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 국제 곡물시장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세계 옥수수 시장은 생산과 수출이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어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공급 불안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2023~2024년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은 1억9천356만t으로, 미국이 5천823만t을 수출해 전체의 30.1%를 차지했다. 이어 브라질(3천830만t), 아르헨티나(3천650만t), 우크라이나(2천949만t) 순이었다. 최근 5년 평균 기준 상위 7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90.7%에 달했다.

주요 수출국의 작황과 정책, 국제 정세가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데다 전쟁과 분쟁, 수출제한 조치, 바이오연료 정책 확대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글로벌 곡물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옥수수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농경지 경작 중단과 농자재 부족, 노동력 감소, 운송 인프라 파괴, 항만 봉쇄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주요 생산지와 수출 항만이 군사적 충돌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부터 수출까지 모든 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생산량은 전쟁 전인 2021~2022년 4천213만t에 달했지만, 2024~2025년에는 2천680만t으로 감소했다. 최근 4개년 평균과 비교해도 2024~2025년 재배면적은 14.3%, 생산량은 18.7% 줄었다. 전쟁 장기화와 불리한 기상 여건이 맞물리면서 생산 기반이 약화한 것이다.

광주신세계 본관 지하 1층 ‘조선 가마솥 옥수수’ 팝업스토어 매장에서 직원이 옥수수를 선보이고 있다. 광주신세계 제공

수출 역시 물류 여건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전쟁 전인 2021년 우크라이나 옥수수 수출 물량은 전량 흑해 항만을 통해 운송됐지만, 전쟁 이후인 2022~2023년에는 해상 수출 비중이 56~64%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뉴브강 항만과 유럽연합(EU)의 연대회랑 등 대체 운송로가 수출의 40% 이상을 담당하며 충격을 일부 흡수했다. 이후 2024년 우크라이나 해상 물류 회랑이 본격 가동되면서 해상 수출 비중은 84%까지 회복됐지만, 전쟁과 물류 차질이 곡물 공급을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다.

주요 수출국의 생산 구조도 걸림돌이다.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세계 옥수수 수출을 주도하는 국가에서는 유전자변형(GM) 옥수수 재배 비중이 매우 높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들 3개국의 전체 옥수수 재배면적 가운데 GM 옥수수 재배 비중은 약 99.8%에 달했다. 반면 대부분 EU 국가와 우크라이나 등은 GM 작물 재배를 제한하고 있어 non-GM 옥수수를 원하는 국내 수요처는 조달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좁다. 단순히 수입국을 바꾸는 것만으로 공급망 위험을 해소하기 어려운 셈이다.

더욱이 옥수수 수급 불안은 수입가격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사료와 전분·당류 등 중간재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이는 축산물과 가공식품, 외식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국제 곡물시장의 충격이 국내 소비자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세계 옥수수 수출 동향.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USDA FAS) 자료

KREI는 옥수수 공급망 불안정이 단순한 원료 수급 문제가 아니라 국내 산업 경쟁력과 국민 생활 안정, 식량안보에 직결되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단기적인 수급 충격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생산기반 보완과 해외 조달선 다변화, 상시 위기 대응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윤재 KREI 선임연구위원은 “옥수수는 사료와 식품, 산업용 원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 자원인 만큼 공급망 불안이 발생하면 그 영향이 여러 산업과 국민 생활로 확산될 수 있다”며 “국내 생산기반 보완과 해외 수입선 다변화, 위기 징후 상시 점검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공급망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