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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송에서 배운 것들, 그리고 대한민국 바이오의 미래

반도체나 IT 산업이 빠른 공정 혁신으로 승부한다면, 바이오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연구와 임상, 투자, 그리고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수십 년간 축적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신약이나 의료기기로 결실을 본다. 소위...

오송에서 배운 것들, 그리고 대한민국 바이오의 미래

최아성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대외협력관

충청북도 청주 오송은 이제 단순한 지역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바이오·의료 산업을 상징하는 거대한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KTX 오송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국책기관과 연구소, 글로벌 기업과 유망 벤처, 그리고 대학들이 촘촘하게 모여 하나의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다

오송에서 근무하며 깊이 깨달은 점은, 바이오산업이 결코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도체나 IT 산업이 빠른 공정 혁신으로 승부한다면, 바이오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연구와 임상, 투자, 그리고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수십 년간 축적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신약이나 의료기기로 결실을 본다. 소위 '데스밸리(Death Valley)'라 불리는 험난한 구간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정책 환경과 지속적인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인 로드맵은 연구개발(R&D) 성과를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강국들이 바이오를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역시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민간 자본이 안심하고 유입될 수 있는 규제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기업들은 10년 뒤를 내다보는 도전적인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오송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식약처를 비롯한 6대 국책기관이 인접해 있어 인허가 업무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인프라는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가 시제품을 만들고 임상을 준비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앞으로 이곳이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협력을 한 단계 더 격상시켜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오송으로 모여들고,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오송은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보스턴'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 관계자들의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과 배움을 주었다. 밤낮없이 연구실 불을 밝히며 실험 데이터와 씨름하는 이들, 자금난 속에서도 기술력 하나로 버티며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가들의 열정은 대한민국 바이오의 진짜 저력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오송이 존재하며, 우리 바이오산업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확신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늘 절실했고, 그들의 작은 성공 하나하나가 모여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었다.

이제 정들었던 오송을 떠나 새로운 길에서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오송과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응원하는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 바이오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업계가 한마음으로 뭉쳐 오송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장을 뒷받침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한 사회적 지지와 노력이 지속될 때, 오송은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는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우뚝 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함께 고민하고 땀 흘렸던 동료들, 현장의 연구자들, 그리고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주야장천 노력해주시는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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