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외칠 때는 한목소리더니 국가기관 유치전에서는 서로 경쟁자가 됐다. 국정자원 이전을 둘러싼 대전·세종·충남의 경쟁을 바라보며 충청권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은 2030년 폐쇄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대전센터의 시스템 재배치와 대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틈을 타 대전·세종·충남이 모두 새 본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세종은 중앙행정기관과의 업무 연계성과 부지 확보의 용이성을 내세우고 있다. 충남은 전력 인프라와 재해복구센터와의 연계성 등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대전은 기존 본원이 위치했던 지역으로서 관련 인프라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전 내 재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발전을 위해 국가기관 유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공기관 하나가 지역의 일자리와 산업, 인구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유치 활동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충청권은 그동안 수도권 집중에 맞서 광역생활권과 초광역 협력, 상생 발전을 강조해왔다. 대전과 세종, 충남은 서로 다른 행정·산업 기능을 연계해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국가기관 이전이라는 현실적인 이익이 걸리자 공동 전략보다 지역별 유치 논리가 앞서고 있다. 국정자원은 일반적인 공공기관과도 성격이 다르다. 국가 행정정보를 관리하는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입지 결정에는 지역의 이해관계보다 정보시스템의 안정성, 보안, 재난 대응, 전력과 통신 인프라, 재해복구 체계, 구축 비용과 운영 효율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정부 역시 대전센터 대체 방안을 검토하면서 운영 안정성·보안성·이전 소요 시간·투자비·재해복구 체계와의 연계성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충청권 지자체가 경쟁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공동의 기준과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대전이 갖고 있는 정보통신·연구 인프라와 세종의 행정 기능, 충남의 산업·에너지·재해복구 기반을 따로 내세우기보다 서로 연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정자원 본원 하나를 어느 지역에 둘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 재해복구, 관련 기업과 인력 양성을 어떻게 충청권 전체로 확장할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 이전을 둘러싼 경쟁도 마찬가지다. 대전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방 관련 기관이 집적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충남은 논산을 중심으로 국방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각각의 지역 논리는 정부가 객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것마저 대전과 충남의 단순한 유치 싸움으로 끝난다면 충청권 전체의 국방산업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더구나 대전과 충남은 2020년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됐지만 아직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 입장에서는 절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박함이 곧 지역 간 갈등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충청권이 수도권과 경쟁하려면 서로의 몫을 빼앗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 지역에 기관이 들어오더라도 관련 산업과 연구, 인재와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지역 상생이다. 정부 역시 어느 지역의 목소리가 더 큰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입지 기준을 마련하고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국정자원 유치전이 충청권의 또 다른 ‘집안싸움’으로 기록돼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가져가느냐’의 경쟁을 넘어 ‘충청권이 무엇을 함께 얻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상생은 공동선언문에 적는 구호가 아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에도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는 것이 상생이다. 이번 국가기관 이전 경쟁이 충청권의 분열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대전·세종·충남이 하나의 전략으로 정부를 설득하는 전환점이 될지는 이제 각 지자체의 선택과 협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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