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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옛 보안사령부 본관에 ‘국가폭력 역사관’ 만들자 [왜냐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3기 출범을 맞아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 행사가 열렸다.

옛 보안사령부 본관이 있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에서 필자가 ‘보안사 국가폭력 역사관’을 만들자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유성 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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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성 | 보안사국가폭력역사관설립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3기 출범을 맞아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폭력 피해자 위로 오찬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원회와 보안사 국가폭력 피해자 10개 단체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옛 보안사령부 본관을 ‘보안사 국가폭력 역사관’으로 조성하여 케이-컬처를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함께 문화와 기억, 예술과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공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옛 보안사 본관이 있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 165번지, 이곳은 그냥 평범한 공간이 아니다. 조선 말기에는 왕실 관련 사무 부서인 종친부가 자리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병원이 들어섰으며, 군사독재 시절에는 보안사가 자리했다. 한마디로 왕조의 역사와 식민의 역사, 그리고 국가폭력의 역사가 한 장소에 켜켜이 포개져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응축된 상징적인 역사적 공간이다. 특히 군사독재 시절, 보안사는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기억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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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가등록문화유산 375호로 지정된 보안사 본관 건물은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 전두환과 가담자 34명이 쿠데타 성공 기념사진을 찍었던 자리는 물론, 연예인들을 불러 기념 만찬을 즐겼던 공간까지 그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언론인 해직, 삼청교육대, 강제징집·녹화공작 등 국가폭력으로 수많은 시민, 학생들의 삶을 파괴했다. 누군가는 고문과 협박을 당했고, 누군가는 직장을 잃었으며, 또 누군가는 군에 끌려가 인권을 유린당했다. 보안사는 그 국가폭력의 한복판에 있었다.

오늘날 그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출범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9년 1월에 옛 보안사 터에 국립현대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격동 165번지는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역사의 흔적이 깊게 남아 있으므로 정부가 공간의 운명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장소의 성격과 활용 방안을 시민사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선행했어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미술관 건립은 추진됐고,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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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군사 시설의 일부가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왜 이곳은 미술만 기억해야 하는가?

예술과 역사는 서로 상충하거나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장소의 복합적인 역사를 생각한다면, 미술과 예술, 역사와 민주주의가 함께 살아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이곳의 성격에 더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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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을 설계했던 건축가는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터 위에 민주화 이후의 시대정신을 담고 싶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한때 폐쇄와 불통을 상징했던 터가 미술관으로 변모한 것처럼, 앞으로 이곳이 얼마나 새로운 예술과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질지 기대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래서 ‘보안사국가폭력역사관설립범국민추진위원회’는 국가와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한다. 옛 보안사 본관을 ‘보안사 국가폭력 역사관’으로 만들자. 이는 미술관을 없애자거나, 미술관과 역사관을 대립시키자는 주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술과 예술 공간으로 활용해온 것을 넘어, 국가폭력의 현장을 보존하고, 여기에 새겨진 국가폭력의 역사를 온전히 드러내는 민주주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과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함께 존재하도록 하여 다음 세대에게 그 역사를 가르치는 구체적인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격동 165번지는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보안사 국가폭력 역사관’은 과거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이 이곳에 와서 묻고 답을 찾게 될 것이다. ‘국가는 왜 국민을 탄압했는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시민들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되찾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다시는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

이제 소격동 165번지는 미술 하나로만 열린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향해 활짝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옛 보안사 본관은 이제 새로운 선택 앞에 서 있다. 과거의 국가폭력을 덮어둘 것인가, 아니면 그 역사를 시민에게 돌려줄 것인가.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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