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올리브영 명동 타운에서 계산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THE Biz(더비즈)=고정빈 기자]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뷰티·생활·패션을 대표하는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이른바 ‘올다무’가 불황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기존 유통 강자들을 위협해 새로운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8일 리서치 기관 CEO스코어가 발표한 ‘2025년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에 따르면 무신사와 CJ올리브영(올리브영), 아성다이소가 포함됐다. 기준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재무 정보를 공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이며 하한선은 1조4026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CJ올리브영 매출은 5조8335억원, 아성다이소는 4조5363억원, 무신사는 1조4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세 회사의 지난해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약 11조8377억원으로 12조원에 육박한다.
전년 합산치(약 9조5315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조3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전통 유통 강자인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8조4000억원)을 뛰어 넘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다이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고 올리브영은 22.5% 증가한 7447억원을 기록했다. 무신사도 140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36.7% 신장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AI·글로벌' 날개 단 올리브영
특히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올다무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각사의 전략이 다른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올리브영은 K뷰티 호황에 힘입어 온오프라인 연계 방식으로 뷰티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올리브영은 이제 한국뷰티 산업의 '출발점'으로 성장했고 중소 브랜드들의 '성장열쇠'로 불린다.
올리브영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K뷰티 인큐베이터’로 진화했다. 입점에 난항을 겪었던 신생·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에게 올리브영은 사실상의 성장 무대가 됐고, 이를 통해 K뷰티의 다양성과 트렌드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유통·판매뿐 아니라 ‘셀렉션’과 ‘큐레이션’ 기능을 수행하는 상품기획자(MD) 체계를 갖추고 있다. 소비자 니즈와 시장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는 MD팀을 통해 단순 인기 제품만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매대에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과 해외 관광객 집중 매장 전략을 전면화하며, K-뷰티의 다음 스텝을 설계하고 있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데이터 기반 트렌드 분석 플랫폼 '인사이트 스튜디오'를 가동했고 일부 플래그십 매장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 구성원의 업무 환경에 구글 클라우드의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를 도입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올리브영은 기술 도입으로 비개발 직군인 상품기획자(MD)나 마케팅 담당자도 AI 도구를 직접 구축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시장 조사·고객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불린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의 누적 구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으며, 외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넘겼다. 아울러 외국인들을 위한 혜택을 강화하고 유입 확대를 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국인 유입과 K뷰티 관련 팝업·소비 확산 등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K뷰티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고,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등 리테일 혁신을 지속해 K뷰티의 지속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다이소 명동점에 배치된 K뷰티 코너. 사진=고정빈 기자
◆티끌모아 성공, 다이소의 특별한 전략
다이소는 유통업계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과 빠른 상품 회전, 전국 단위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구축하며 전국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이소는 1997년 서울 강동구 천호동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약 1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앞세워 생활용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균일가 정책을 통한 비용 절감 구조를 구축해 쉽게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이소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 체계를 유지하며 가격 구조를 구성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양극화 속에서 가성비 중심의 합리적 소비가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이소는 저가형 생활용품·잡화 전문 판매점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없는게 없을 정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초저가임에도 품질을 앞세운 뷰티 제품들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K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70% 성장했으며, 지난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제품들은 출시되자마자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다이소 신상품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뜨겁다.
의류용품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70% 성장하며 패션 카테고리 확장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의류 상품은 현재 600종 이상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올 1분기 의류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균일가 상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생활용품 본질 경쟁력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전경. 사진=고정빈 기자
◆K패션 대표주자, MZ세대 홀린 무신사
무신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단기간에 패션업계 1위를 차지하고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편집샵으로 성장하며 유니콘 기업에 오르는 등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무신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필수 쇼핑몰로 평가받고 있다. 희소성을 강조하는 한정판 마케팅 전략으로 MZ세대의 소비 심리를 자극했고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감각적으로 큐레이션해 제공한다.
아울러 배우 유아인, 정호연, 구교환, 배구선수 김희진, 댄서 노제, 한소희 등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다. 이런 전략은 각 셀럽의 팬들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해 바이럴 효과를 창출했다.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중심으로 펼친 오프라인 전략도 제대로 통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점포를 다녀간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 누적 1028만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무신사는 MZ세대가 집결한 성수동을 장악하고 있다. 무신사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 77개(해외 포함)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19개가 성수동에 있다. 단순히 매장뿐만 아니라, 본사부터 편집숍, 팝업스토어, PB, 뷰티, 라이프스타일, 신진 브랜드 인큐베이팅, 오피스 개발까지 성수동에 모든 환경을 구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호선 성수역을 무신사역으로 변경하며 성수동이 곧 무신사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달에는 2000평이라는 압도적인 규모로 조성한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선보였다.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메가스토어 성수 방문객은 약 4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무신사 관계자는 “테크 리테일 솔루션을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순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술로 확보한 현장 인력을 전문적인 고객 응대에 집중 투입해 차별화된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올다무의 성장세는 단순 유행이 아니라 국내 유통 소비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 경험 자체를 설계하며 기존 유통 문법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소비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카테고리별 전문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올다무는 단순히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경험과 트렌드를 빠르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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