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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아랍의 어제와 오늘

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오는 28~30일 ‘제15회 아랍영화제’가 열린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 스틸컷.

영화로 만나는 아랍의 어제와 오늘

영화로 만나는 아랍의 어제와 오늘

ACC, 28~30일 문화정보원 극장3서 ‘제15회 아랍영화제’

2026년 08월 25일(화) 19:00

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오는 28~30일 ‘제15회 아랍영화제’가 열린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 스틸컷.

아랍은 그동한 사막과 전쟁, 종교의 이미지로 단순하게 소비돼 왔다. 그러나 그 안에는 가족과 공동체, 여성과 아이, 계급과 돌봄이 얽힌 복잡하고 섬세한 삶이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아랍의 오늘을 다섯 편의 영화로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ACC)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ACC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제15회 아랍영화제’를 개최한다.

아랍영화제는 서아시아 권역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영화제다. 한국과 아랍권의 문화교류를 위해 마련된 행사로,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최하고 ACC와 아랍영화제 사무국이 공동 주관한다.

올해 주제는 ‘같은 시간 다른 사람, 다른 시간 같은 사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수단, 튀니지 등 아랍 10개국의 작품 가운데 최근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장편 5편이 상영된다. 작품들은 전쟁과 이주, 계급, 가족, 여성, 정신질환 등 아랍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각기 다른 서사로 풀어낸다.

개막작은 샤하드 아민 감독의 ‘히즈라(Hijra)’다. 28일 오후 2시 상영되는 이 작품은 12세 소녀 잔나가 할머니, 언니와 함께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나며 시작된다. 목적지를 앞두고 언니가 갑자기 사라지고, 잔나는 할머니와 함께 그를 찾아 나선다. 옛 성지순례 길을 따라 이어지는 여정 속에서 가족의 비밀과 세대 간 갈등이 드러난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사우디아라비아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영화 ‘히즈라’ 스틸컷.

29일 오전 11시에는 수잔나 미르가니 감독의 ‘목화의 여왕’이 상영된다. 수단의 목화 재배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십 대 소녀 나피사가 마을의 개발 계획과 유전자 변형 목화를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식민 지배의 기억과 여성의 삶, 공동체의 생존 문제를 목화밭이라는 공간 안에 담아냈다. 여성 감독이 연출한 수단 최초의 장편영화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카우타르 벤 한니야 감독의 ‘힌드의 목소리’가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2024년 1월 가자지구에서 포격을 받은 차량 안에 홀로 남은 어린이 힌드 라자브의 구조 요청에서 출발한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자원봉사자들이 통화를 이어가며 구조를 시도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한 아이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쟁의 참상과 기억의 문제로 확장한다.

30일 오전 11시에는 요르단 출신 자인 두라이 감독의 ‘싱크: 가라앉다’가 상영된다. 학교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아들을 둘러싸고, 어머니가 아이의 정신적 위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점점 현실 부정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정신질환을 둘러싼 침묵과 낙인,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고립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영화 ‘해피 버스데이’ 스틸컷.

영화제의 마지막 상영작은 30일 오후 2시 선보이는 ‘해피 버스데이’다. 사라 가우하르 감독의 작품으로 단 한 번도 생일을 기념해본 적 없는 어린 가정부 토하가 고용주의 딸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생일이라는 일상적 사건을 통해 계급의 경계와 돌봄, 여성들 사이의 관계를 포착한다. 이 작품은 2025년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최우수 국제 장편 영화상과 각본상 등을 받았다.

상영 전에는 아랍 문화와 작품 이해를 돕는 ‘시네 토크’도 마련된다. 시네 토크는 모두 세 차례 열린다. 28일 ‘히즈라’, 29일 ‘힌드의 목소리’, 30일 ‘해피 버스데이’ 상영 전에 진행되며, 배우 남기형이 사회를 맡고 조선대학교 글로벌인문대학 황병하 명예교수가 패널로 참여한다. 영화 상영에 앞서 작품의 배경과 아랍 사회의 문화적 맥락을 짚어주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김상욱 전당장은 “이번 영화제에서는 혼란과 갈등 속 아랍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또 다른 인간애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며 “시민들이 스크린을 통해 아랍 세계의 다층적인 삶과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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