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사이에 위치한 폭 약 50㎞의 좁은 바닷길이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해협이 아니다.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약 20%, 하루 2000만 배럴가량이 이 길을 통해 이동한다. 세계 석유 시장의 ‘목구멍’으로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최근 이 길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공습한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강한 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공격이 계속되면 석유가 지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일부 유조선은 공격을 받거나 항로를 우회하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전쟁 전의 5% 수준까지 감소했다. 과거 하루 100~150척이 지나던 해협에 이제는 하루 5~7척 정도만 통과하고 있으며, 대부분 이란이나 중국과 관련된 선박들이다. 일부 선박에는 통행료 명목으로 최대 200만 달러가 부과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상당량이 이 길을 지난다. 해협이 막히면 휘발유뿐 아니라 전기요금, 난방비, 물류비까지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산업처럼 에너지와 물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내 정유·해운업계는 이미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한국 유조선 7척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채 발이 묶였고, 한국 선박 전체 26척이 현지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체 원유 5000만 배럴 확보와 비축유 방출 검토에 나섰지만, 평소 한 달 수입량인 8000만 배럴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국제유가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시장에서는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12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3000원에 근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석유를 누가 쥐고 있느냐”를 둘러싼 경제 전쟁이라고 분석한다. 총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석유가 된 시대,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세계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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