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깨시민이 호남으로’ ‘주석야청’…민주당 전대 ‘호남 비하’ 논란”
정청래·이성윤 SNS 메시지에 송영길·임미애 공개 사과 요구
“호남은 계몽 대상 아니다”…호남 표심 경쟁, 지역 자존심 건드리는 공방으로
2026년 08월 07일(금) 13:06
정청래 당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게시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오히려 호남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지역 비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영남의 깨시민들이 호남으로 간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SNS에 올린 데 이어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가 ‘주석야청! 호남의 민심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하면서다.
송영길 당대표 후보와 임미애 최고위원 후보가 잇따라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공방도 더욱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정 후보가 SNS에 올린 ‘응답하라 호남’ 홍보물에는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영남의 깨시민들이 호남으로 갑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노무현의 바람이 이인제의 조직을 이겼듯이 영남의 깨시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하러 간다”며 광주·전남·전북을 활동지역으로 제시했다. ‘골목골목 동네방네 원정’, ‘편지 낭독’ 등도 주요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이를 두고 송영길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송 후보는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느꼈다”며 “‘깨어 있는 영남 시민들이 호남으로 간다’는 말의 뜻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해당 표현이 호남 유권자들을 외부의 설득이나 ‘계몽’이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송 후보는 “호남 시민들은 누군가의 가르침과 계몽이 필요한 존재인가. 호남 당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인가”라며 “지역 조직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이자 꼭두각시라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과 민주당의 역사를 거론하며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민주당의 뿌리”라면서 “민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을 살렸고, 당이 오만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회초리를 든 곳도 호남”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 사례도 들었다. 영남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을 선택하고 이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조직 동원’이 아닌 호남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송 후보는 “호남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주체이자 역사를 움직여 온 주권자”라며 정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성윤 후보는 자신의 페리스북에 ‘주석야청! 호남의 민심입니다!’라고 적힌 이미지를 게시했다.
‘낮에는 (김민)석, 밤에는 (정)청(래)’의 뜻으로 풀이되면서, 호남 당원이 낮과 밤에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을 키웠다.
이에 임미애 최고위원 후보는 “‘주석야청’이 대체 무슨 뜻이냐”며 즉각 반발했다.
임 후보는 “빨치산의 위협 때문에 낮에는 대한민국, 밤에는 공산당이었던 아픈 역사를 호남 당원들에 빗대는 것인가”라면서 “지금 호남 당원들이 살기 위해 눈치 보며 지지 후보를 바꾸고 있다는 말인가. 대체 누가 폭력이고 누가 권력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아무리 급해도 당원에 대한 존중은 있어야 한다”며 이 후보에게 해당 표현을 중단하고 호남 당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후보 간 말싸움을 넘어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전당대회 승부를 앞두고 ‘조직 대 바람’, ‘영남 깨시민 대 호남 조직’과 같은 구도가 부각될 경우 자유롭게 판단하는 호남 당원들을 특정 정치조직에 종속된 표로 규정한다는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오광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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