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OS) 사업자 중심의 폐쇄적 플랫폼 구조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공포가 번지는 가운데 연결과 개방의 상호운용성이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디지털 기술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상호운용성 개선 방안' 토론회 축사에서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AI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바로 지금 상호운용성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류 차관은 상호운용성의 가치를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글로벌 AI 신약 개발 기업인 인실리코 메디슨을 거론했다. 그는 "인실리코 메디슨은 전 세계에 흩어진 방대한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결합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큰 성과를 냈다"면서 "신약 개발 시간을 절반 이상, 비용은 90% 정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가전 IT 기업들이 주도하는 메타 표준도 함께 언급했다. 류 차관은 "서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 기기들이 하나의 API로 소통하며 기기 간 장벽을 허물고 AI를 통해 집 안의 모든 기기를 자유롭게 제어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차관은 나아가 "데이터가 흐르고 API가 열리며 기기가 서로 소통하는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면 파편화된 정보와 기술이 AI와 결합해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면서 "상호운용성은 기술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차원에서 상생 발전과 소비자 편익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호운용성이 가져올 효과를 기업과 이용자 양쪽에서 풀어낸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당장 "상호운용성으로 거대 플랫폼의 API가 개방되고 데이터 접근이 평등해져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독점적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징 스타가 나타나 산업의 판을 흔드는 '잠재력 폭발'의 시대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변화가 뒤따른다고 봤다.
류 차관은 "이용자는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를 원하는 서비스로 옮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산 기기를 특정 브랜드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조합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용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세계는 상호운용성의 흐름을 탔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 차관은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은 물론 영국의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 역시 빅테크의 API를 개방하고 데이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정부도 우선 민간의 자율적인 상호운용성 확보를 지원하는 한편 산업별 데이터 형식과 API 전송 방식의 표준화, 기기 간 연결성을 가로막는 기술적 장벽 등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논의하고 연구해 법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상호운용성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키는 아니다. 그리고 어느 한 주체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그는 "상호운용성은 어느 한 부처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다"며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협력과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디지털 칸막이 없는 연결 사회를 앞당기고 기업들은 함께 성장하며 국민들은 디지털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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