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 발간
산불로 축구장 14만개 면적 산림 훼손
기록적 폭염·시간당 100㎜ 폭우 반복
강원서 기록적 가뭄…이상기후 잇따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그늘에 들어가 햇빛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한 폭염과 집중호우의 반복, 역대 최악의 산불, 108년 만의 가뭄까지. 지난해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잇따르며 ‘기후위기’가 현실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은 26일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온·건조·강풍’이 겹쳐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3월 21일부터 26일까지 대형 산불 5건이 동시에 발생해 총 10만 5084.33헥타르(ha)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됐다. 이는 축구장 14만 7100개를 합친 면적보다 넓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상대습도가 유독 낮은 기상 조건이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6일간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역대 가장 더웠고 상대습도는 평년 대비 약 15%p 낮았다. 여기에 고온·건조한 공기가 강한 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산불을 부추겼다.
‘역대급 폭염’이 나타난 해이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6월 말부터 이미 한여름 날씨를 보였고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더욱 상승했다.
이에 경북 구미(55일), 전북 전주(45일) 등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최다 폭염 일수를 기록했다. 강원 대관령에서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을철인 10월 중순까지도 충남 보령·전남 완도 등에서는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은 장기간 이어졌다. 100명 이상의 대형 식중독 건수도 지난해 잠정 18건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다였다.
경북 의성산불이 강풍을 타고 영덕으로 확산된 지난해 3월 매전1리 마을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해 있다. 뉴스1
전체적인 장마 기간은 짧았지만 비가 짧은 시간에 퍼붓는 양상이 반복됐다. 특히 경기 가평, 충남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와 산사태가 잇따르며 25명의 인명피해와 1조 1307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강원 영동지역은 108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다. 영동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34.2%(232.5㎜)에 불과했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준공 후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다. 영동지역은 동풍이 불 때 많은 비를 동반하는데 지난해에는 남서풍이 주로 불어 강수량이 매우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재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산불 예측을 강화하고 실시간 홍수 감시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상청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미래 기후위기를 체계적으로 감시·예측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수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사무처장은 “이상기후에 대한 과학적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