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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여명] 전월세난, 규제 완화로 풀자

서울 집값 오름세가 멈출 줄 모른다. 이달 셋째 주에도 0.13% 올라 89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될 수는 있으나 이번 주에도 올라 90주 연속 상승 기록을 쓸 기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속 상승 기록을 100주까지 늘릴 수도 있다.

[여명] 전월세난, 규제 완화로 풀자

성행경 건설부동산부장

서울 집값 오름세가 멈출 줄 모른다. 이달 셋째 주에도 0.13% 올라 89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될 수는 있으나 이번 주에도 올라 90주 연속 상승 기록을 쓸 기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연속 상승 기록을 100주까지 늘릴 수도 있다. 골프나 테니스·배드민턴처럼 세계 랭킹 1위 연속 기록을 집계하는 스포츠도 아닌데 매주 집값 연속 상승을 중계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아파트 가격 동향을 매주 발표하는 국가가 우리나라뿐이어서 비교 대상이 없는 것이 다행이랄까.

서울 집값 상승 기록은 머지않아 멈출 것이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세 부담이 늘어난 데다 금리마저 오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에 육박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6개월 뒤 집값이 1.2% 하락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1년 동안 금리가 2%포인트나 올랐던 2022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연 1만 2003건으로 전년 대비 70% 넘게 줄었고 매매가격도 연간 누적으로 7.2%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3.5%를 유지했던 2023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연간 2.39%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은 금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서울 집값이 2년 가까운 오름세를 멈추고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지수와 심리지수가 집값 하락을 가리키지만 하방을 지지하는 요소도 있다. 주택 공급 부족이다. 정부가 최근 인허가·착공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3~4년이 걸린다. 당장 내년에 서울 입주 물량이 2만 가구가 채 안 된다. 서울은 매년 4만~5만 가구의 주택이 신규로 공급돼야 하는 곳이다.

내년 집값 향방을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전월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다주택자 규제로 임대 매물이 감소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월세 전환도 가파르다. 임차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서울 외곽과 중저가 지역의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전월세난에 무주택 서민들이 내년에도 ‘생존 매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내년에는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도 급증한다.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전월세난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부동산 정책 관련 조사에서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전월세 가격 안정화(43.1%)’였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전월세난의 근본 원인으로 공급 부족을 지목했다. 실거주 의무 규제를 풀어야 전월세난을 완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인을 알았으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는 계획대로 추진하되 실제 입주까지 발생하는 공백은 매입임대를 늘리는 방식으로 메울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규제를 풀어 민간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을 낮추고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지목되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실거주 의무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갭투자와 투기를 막겠다며 시행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집값도 못 잡고 전월세난만 심화시키는 부작용만 낳은 만큼 서민 임대 수요가 많은 서울 외곽과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해제해 전세 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해야 전월세 가격을 잡을 수 있다. 주택 공급 부족과 다주택자 규제는 전월세난을 심화시키는 최악의 조합인 만큼 시장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벗고 민간 임대사업자가 부족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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