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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름배추가 더위를 먹지 않는 이유, 준고랭지 밭에 숨은 기술

“가을배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을바람을 맞고 자란 배추가 워낙 달고 맛있어 남에게 나눠주기 아까울 정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이 정겨운 속담을 여름에도 쓸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여름배추가 더위를 먹지 않는 이유, 준고랭지 밭에 숨은 기술

여름배추가 더위를 먹지 않는 이유, 준고랭지 밭에 숨은 기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 나예림

칼럼

박상래

2026년 06월 23일 15:47

승인

2026년 06월 23일 18:59

“가을배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을바람을 맞고 자란 배추가 워낙 달고 맛있어 남에게 나눠주기 아까울 정도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이 정겨운 속담을 여름에도 쓸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농업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제 여름배추도 문 걸어 잠그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기존 고랭지 배추의 재배면적이 해마다 급감하면서, 해발 400~600m의 ‘준고랭지 지역’이 여름배추 수급을 책임질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준고랭지의 여름이 기존 고랭지보다 훨씬 더 고온 다습하다는 점이다. 폭염이라는 기후 장벽을 넘어야 하는 데다, 이미 해당 지역에서 다른 작목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던 농업인들에게 여름배추로의 전환을 유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준고랭지 여름배추의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농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고온 극복 기술보급 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준고랭지 환경을 다스릴 수 있는 맞춤형 신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온도센서 기반 미세살수 시스템’이 대표적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대기 온도가 배추가 견디기 힘든 한계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미세 살수 장치가 작동하여 아주 고운 안개 분무 형태로 물을 살포한다. 미세한 물방울들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가는 ‘기화열’ 원리를 이용해 배추밭의 온도를 2.5~4.5℃ 가량 낮춰준다. 또한 일반 스프링클러처럼 과도하게 물을 뿌려 토양이 과습해지는 부작용을 방지하므로, 고온 스트레스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배추의 지상부가 미세살수로 시원해졌다면, 뿌리가 내리고 있는 땅속 온도 역시 다스려야 한다. 기존의 검은색 멀칭 필름은 잡초를 막아주는 데는 유용했지만, 강한 여름 햇볕을 그대로 흡수하여 토양 온도를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토양의 온도가 올라가면 배추는 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시들고, 결국 속이 차지 않는 결구 불량이나 석회 결핍증 같은 생리장해를 겪게 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실시한 현장실증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온성 필름을 덮었을 때 일반 흑색 필름에 비해 토양 온도가 4~6℃ 정도로 낮게 유지된다. 땅속이 시원해지니 배추 뿌리의 활력이 좋아지져 수분과 영양소 공급이 원활해져 폭염 속에서도 꽉 찬 배추를 생산할 수 있는 튼튼한 기초가 다져진다.

또한 여름배추 안정 생산을 위해‘토양소독’도 필수적이다.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무름병, 시드름병, 뿌리혹병 등 토양 전염성 병원균이 증식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다. 따라서 아주심기(정식) 전 토양소독제를 처리하고 비닐로 포장을 밀폐하거나, 경사지의 경우 답압을 하면, 땅속에 숨어 있던 병원균과 해충, 잡초 씨앗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소독을 거친 밭에서는 병해 발생률이 감소하여 생육 초기부터 수확기까지 배추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게 된다.

고랭지 배추 면적 축소의 대안으로 떠오른 준고랭지 재배가 완전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폭염을 이겨내는 미세살수 시스템, 저온성 필름 적용 등의 고온피해 경감기술은 필수적이다. 기존 작목에서 배추로의 전환을 주저하는 농업인들의 마음을 열고 준고랭지 여름배추 재배의 안정적 모델 정착을 위해 원예원에서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년도에는 강원, 전북지역에 관련 기술을 보급하였고,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제 가을배추만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기후 위기와 농촌의 변화 속에서 기술로 다져진 단단한 기반 위에서 재배된 준고랭지 여름배추가 농가에는 신소득의 기쁨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사계절 내내 "문 걸어 잠그고 먹고 싶을 만큼" 맛 좋고 신선한 감동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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