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진선령 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이끈 반도체 랠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엔비디아 실적과 중동 전쟁, 삼성전자 파업, 국민연금 리밸런싱, 한일 정상회담 등 복합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8000선을 돌파한 이후 급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드러낸 상황에서, 이번 주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방향성을 시험받게 될 전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0.04% 오른 7493.18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 사실상 보합권이었다.
장 초반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터치한 뒤 곧바로 700포인트 가까운 급락이 나타나며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한 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개인은 13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미국 증시 역시 상승 피로감이 짙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강보합 수준에 그쳤고,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그동안 AI 낙관론과 중동 종전 기대감으로 질주했던 글로벌 증시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특히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상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차 부상한 셈이다.
이 영향으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1%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국제유가와 장기 금리 상승은 글로벌 증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BMO캐피털마켓츠의 프랑수아 트라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유가 상승은 결국 경제와 증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아직 시장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AI 랠리 연장 여부 가른다
이번 주 글로벌 증시 최대 이벤트는 단연 엔비디아 실적 발표다. 시장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을지 엔비디아의 숫자를 통해 확인하려 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는 두 달 연속 급등하며 시가총액 5조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최고치 기준 시총은 5조7000억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을 과도한 거품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 수준으로 빅테크 평균과 비슷하다. 오히려 AI 추론 시장 확대 기대 속에 급등한 인텔과 마이크론 등의 멀티플이 더 과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중국 판매 재개 여부와 차세대 AI 칩 블랙웰 수요 지속성이다. 특히 H200 중국 판매 승인 이슈가 가이던스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엔비디아 실적 결과는 국내 반도체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조정에도 여전히 AI 메모리 핵심 수혜주로 분류된다.
다만 최근 들어 반도체주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0.74%, 7.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직전 주 20~30%대 급등과 비교하면 상승 탄력이 둔화된 모습이다.
특히 지난 15일 하루에만 삼성전자는 8.61%, SK하이닉스는 7.66%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 주 동안 삼성전자를 8조2000억원, SK하이닉스를 9조8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랠리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순환매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실적 기반의 탄탄한 상승이지만 유일한 우려는 쏠림 극대화"라며 "하반기에는 로봇과 바이오, 이차전지, 중국 소비주 등으로 수급 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서 로봇으로…현대차·LG전자 급등
실제 최근 시장 자금은 로보틱스 섹터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LG전자 주가는 지난주 각각 14.19%, 56.07% 급등했다. 현대차는 사상 처음으로 70만원을 돌파했고, LG전자는 코스피 급락장 속에서도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배경에는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 산업 기대감이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현대차 비중이 높은 'TIGER 현대차그룹플러스'는 한 주 동안 7.96% 상승했고, LG전자 비중이 높은 'TIGER LG그룹플러스'는 10.47% 뛰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로봇 산업은 휴머노이드 초기 양산기에 진입하고 있다"며 "AI 산업 초기처럼 부품 기업들이 우선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이제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로 투자 테마가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와 로봇, 산업자동화가 결합하는 흐름 속에서 현대차와 LG전자가 새로운 주도주 후보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증권주 급락…코스피 민감도 다시 확인
반면 증권주는 시장 변동성 확대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증권업종 지수는 지난주 11.86% 하락하며 전체 업종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직전 주 17% 넘게 급등했던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한 셈이다.
SK증권은 한 주 동안 24% 넘게 하락했고, 한화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우 등도 10% 후반대 급락세를 나타냈다.
증권주는 그동안 코스피 급등의 대표 수혜주였다. 거래대금 증가와 신용융자 확대 기대가 반영되면서 업종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기대감 속에 주간 상승률 27%를 기록했지만, 코스피가 급락하자 증권주 역시 더 가파르게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증권주가 여전히 코스피 방향성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자산관리(WM)와 S&T,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등으로 수익구조가 다변화되면 장기적으로는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증권주가 코스피를 따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자산관리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권혼합 ETF로 돈 몰린다…변동성 시대 투자 대안 부상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혼합형 ETF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내 우량주와 채권을 절반씩 담는 구조의 채권혼합 ETF 시장 순자산은 지난해 말 6조원 수준에서 최근 14조원까지 급증했다.
대표 상품인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상장 3개월 만에 순자산 2조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동시에 편입하는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AI 반도체와 피지컬 AI 대표주를 동시에 담으면서 채권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8000 시대를 맞아 단순 추격 매수보다 안정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투자자 수요도 채권혼합 ETF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폭탄' 되나
국내 증시 최대 변수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자산 재조정 여부다.
국민연금은 오는 28일 향후 5년 자산배분 계획을 확정한다. 현재 국내주식 비중은 27%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목표치인 14.9%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국내주식을 매도할 경우 상당한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코스피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섣부른 매도가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 속 고민이 많다"며 "국내주식 비중 관련 결정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금리·환율·가계부채…매크로 변수도 집중
이번 주에는 굵직한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은 19일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를 발표한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실상 2000조원 돌파 여부가 관심사다.
21일에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공개된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는 이미 2022년 이후 최대 폭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3년물 금리 차이는 0.3%포인트대로 축소됐다. 사실상 3년 만의 최소 수준이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했고, 김진일 신임 금통위원 역시 매파적 입장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환율은 여전히 불안하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 리스크와 구조적 달러 수요가 한미 금리차보다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 IPO, 자금 '블랙홀'
미국 증시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 추진도 초대형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이번 주 IPO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최대 2조달러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모 규모만 약 750억달러로 예상된다. 기존 역대 최대 IPO였던 사우디 아람코 기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xAI 합병 이후 스페이스X는 단순 우주기업을 넘어 우주 AI 데이터센터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지나친 투기 과열 가능성이다.
CNBC의 짐 크레이머는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순식간에 5조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닷컴버블 광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기존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로켓랩 등 우주 관련주는 이미 1년 새 수배씩 급등했다. 스페이스X 상장이 우주·방산·AI 관련주 전반의 추가 버블을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스닥 구조조정 본격화…좀비기업 퇴출 압박
국내에서는 코스닥 시장 구조조정 이슈도 뜨겁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로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약 20%인 360여개 기업이 퇴출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0원 미만 동전주는 140개에 달하고, 시가총액 300억원 미만 기업도 195개 수준이다.
정부는 부실기업 퇴출을 통해 코스닥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치 없는 상품이 쌓이면 시장 신뢰가 훼손된다"며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오와 AI 기업들은 우려도 제기한다. 기술특례 상장 후 재무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상당수 기업이 관리종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장기 연구개발 산업에 단기 재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혁신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일 정상회담·G7 회의도 시장 촉각
외교·정책 이벤트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오는 19일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공급망 협력과 경제안보, 중동 리스크 대응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원유·LNG 공급망 안정화 논의 가능성이 주목된다.
구윤철 부총리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해운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AI 보안 위협 대응 금융권 간담회도 열린다.
최근 오픈AI GPT 5.5와 앤트로픽 미토스 등 AI 에이전트 모델의 고도화로 사이버 보안 우려가 커진 만큼 금융권 대응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강한 방향성을 기대하기보다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며 "실적 모멘텀이 있는 우량주 중심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국내외 주요 증시 일정]
◆ 5월18일(월)
미국 5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지수 발표(현지시간)
중국 4월 소매판매·산업생산·고정자산투자 발표(현지시간)
구윤철 부총리, 런던 한국경제 투자설명회(IR) 및 G7 재무장관회의 참석
산업통상부 산업성장펀드 출범식 및 기술금융 전략회의 개최
금융위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세미나 개최
금융감독원 부동산 PF 수수료 운영실태 점검 간담회 개최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 5월19일(화)
한국은행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 발표
국가데이터처 지난해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동향 발표
미국 4월 미결주택매매 발표(현지시간)
일본 1분기 GDP·3월 산업생산 발표(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연설(현지시간)
홈디포 실적 발표(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다카이치 일본 총리 한일 정상회담 개최
산업통상부 장관·차관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 참석
금융감독원 제2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 개최
◆ 5월20일(수)
미국 4월 FOMC 의사록 공개(현지시간)
미국 엔비디아·타깃 실적 발표(현지시간)
재정경제부 G7 재무장관회의 결과 발표
국가데이터처 1분기 지역경제동향 발표
산업통상부 민주당 중동특위 참석
금융감독원 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 발표
공정거래위원회 국무회의 참석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연설(현지시간)
마이클 바 연준 이사 연설(현지시간)
◆ 5월21일(목)
한국은행 4월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구윤철 부총리 주재 민생물가 특별관리 TF·대외경제장관회의 개최
미국 4월 주택착공·건축허가 발표(현지시간)
미국 5월 S&P 글로벌 제조업·서비스업 PMI 발표(현지시간)
유럽·일본 5월 제조업 PMI 발표(현지시간)
미국 월마트 실적 발표(현지시간)
금융위원장 해운업-금융권 간담회 개최
금융위 기자간담회 개최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CCO 간담회 개최
공정위 AI 서비스 시장 실태조사 발표
산업통상부 한-EU 공급망산업정책대화 개최
◆ 5월22일(금)
한국은행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발표
한국은행 1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 발표
미국 5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발표(현지시간)
미국 4월 경기선행지수 발표(현지시간)
일본 4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현지시간)
금융위 AI 보안 위협 대응 금융권 간담회 개최
재정경제부 비상경제본부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 개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업계 준법감시인 워크숍 개최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중국 출장 일정 종료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연설(현지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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