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베트남에서 최고 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및 운영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AI 서버 하드웨어의 베트남 현지 조립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채용 과정을 통해 대만 폭스콘(Foxconn)이 엔비디아의 핵심 하이엔드 제품 생산 파트너로 낙점된 정황이 확인됐다.
외신 및 현지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베트남에서 ‘SXM 제조 테스트 엔지니어(SXM Manufacturing Test Engineer)’ 보직에 대한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주요 업무는 △진단 패키지 개발 △테스트 스테이션 검증 △제조 수율 개선 등이다.
특히 직무 설명에는 최종 합격자가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폭스콘 공장에서 보내며 차세대 GPU 보드 및 제품 생산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를 감안할 때, 폭스콘이 엔비디아의 베트남 내 프리미엄 데이터센터 GPU 시스템의 제조업체로 낙점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 채용 공고에서 엔비디아가 SXM 제품군을 직접 언급한 점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엔비디아의 SXM 모듈은 거대언어모델(LLM) 등 대규모 AI 연산을 수행하는 플래그십 AI 슈퍼컴퓨팅 시스템인 ‘HGX’ 및 ‘DGX’에 탑재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용 GPU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번 채용 공고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초고성능 AI 인프라 하드웨어 생산 라인을 베트남에 구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베트남이 단순한 저가형 소비재 전자제품 조립을 넘어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업 밸류체인에서 한 단계 더 높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가 베트남에서 모집 중인 직무는 SXM 엔지니어를 비롯해 제조 테스트 엔지니어, 공장 기획자, 제품 엔지니어, 재고 전문가, 수석 운영 매니저 등 수십 개에 달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구인 직책 중 상당수가 영어뿐만 아니라 유창한 중국어을 필수 요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는 대만계인 폭스콘과 기존 중국 내 부품 공급망과의 기민한 협업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채용 드라이브는 지난 2024년 12월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회장 겸 CEO의 하노이 방문 당시 베트남 정부와 AI 연구개발(R&D) 센터 및 데이터센터 설립 협약을 맺은 이후 나온 본격적인 후속 조치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젠슨 황 CEO는 베트남의 탄탄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기반과 우수한 엔지니어링 인재 풀을 높이 평가하며 베트남을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베트남 정부는 엔비디아의 상륙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2024년 말 베트남 파트너사들과 다른 국가에 분산되어 있던 제조 공급망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러한 투자 유치를 통해 향후 수년간 약 4,000개의 직접 일자리와 4만~5만 개에 달하는 간접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베트남은 미중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을 대체할 핵심 전략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삼성전자∙인텔을 비롯해 애플의 핵심 협력사들이 대규모 생산 기지를 가동 중으로, 이번 엔비디아와 폭스콘의 최첨단 AI 반도체 합작 생산을 기점으로 글로벌 첨단 기술 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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