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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원전 공급력 복원 급하다[포럼]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기화 확대로 24시간 전력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이런 나라가 신규 원전 건설을 머뭇거리는 것은 값싼 전기와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제12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을...

에너지 위기, 원전 공급력 복원 급하다[포럼]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우리 경제를 흔들고 있다. 카타르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가항력’ 선언은 곧 발전단가 상승이고, 전기 요금 인상이다. 나프타 수급 불안은 생활필수품 가격까지 밀어 올린다. 에너지는 이제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 요금과 물가, 산업 경쟁력의 문제이며, 결국 민생의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원전 상당수가 멈춰 섰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현재 원전 26기 중 10기가 정지해 있고, 그중 5기는 계속운전 인허가를 기다리며 서 있다. 해외 충격이 국가 에너지 위기를 키운 것은 맞다. 그러나 내부의 준비 부족이 피해를 더 키운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에너지 안보를 말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공급 수단을 제때에 사용하지 못했다면, 그건 정책 실패다.

왜 이렇게까지 촉박해졌는가. 계속운전 절차를 제때 시작하지 못하고 운영허가 만료를 넘겨 멀쩡한 원전을 세워둔 배경에는 탈원전 정책의 후과가 있다. 3월 현재 운영허가 기한 경과로 정지 상태로 계속운전 심사를 받는 원전은 고리 3·4호기와 한빛 1호기이다. 고리 2호기까지 포함하면 만료일을 넘긴 원전은 4기다. 할 수 있었던 준비를 미리 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공백이다. 사업자는 계속운전을 더 일찍, 더 적극적으로, 더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필요한 설비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안전성 보강과 인허가 쟁점을 조기에 털어내고, 멈춤 없는 연속운전을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계속운전은 미봉책이 아니다. 거의 공짜인 대규모 무탄소 전원을 가장 빠르게 되살리는 길이다.

제도도 바꿔야 한다. 계속운전의 경제성은 한수원 손익으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국가 전체 편익으로 봐야 한다. 원전 10기가 제때 계속운전을 하지 못해 LNG로 대체되면 10년간 약 100조 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계속운전 설비투자는 절대 비싼 게 아니다. 1조 원을 들여 보강해도 사회 전체로 보면 1년이면 회수할 수 있다. 한수원이 국가 편익을 위한 투자와 계속운전을 추진하다 배임 시비를 걱정하지 않도록 규정과 기준을 분명히 손봐야 한다. 또한, 인허가 기관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특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에너지 비상시국이다. 안전 심사는 엄격해야 하지만, 인력과 자원이 달려서 늦어지면 안 된다. 1조 원을 들여도 아깝지 않다.

신규 원전을 많이 건설해야 한다. 계속운전이 급한 불을 끄는 일이라면, 신규 원전은 집을 다시 짓는 일이다. 장기 해법은 결국 공급력의 구조적 확충이다. 26기보다 36기, 46기가 더 낫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기화 확대로 24시간 전력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이런 나라가 신규 원전 건설을 머뭇거리는 것은 값싼 전기와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제12차 전기본에는 신규 원전을 전향적으로, 그리고 대폭 반영해야 한다. 늘리면 늘리는 만큼 이득이다. 화석연료 수입 부담을 줄이고, 전기 요금 안정 여력을 키우고, 탄소중립 비용도 낮춘다. 에너지 안보와 제조업 경쟁력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미루면 비용만 커진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낸다. 영구정지와 계속운전 차질로 이미 100조 원을 날렸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같은 실패를 다음 위기에도 또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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