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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없어서 못 파는 K-무기, 비결은 레이더 기술에 있다

한국의 AESA 레이더 기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 표적 식별과 다영역 통합이라는 미래 기술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AI를 레이더 신호 처리 프로세스에 도입함으로써 수집된 원시 데이터(Raw Data) 속에서...

없어서 못 파는 K-무기, 비결은 레이더 기술에 있다

AESA 레이더를 탑재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진=방위사업청]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이 실제 전장에서 입증되며 때아닌 수혜를 입고 있다.

기술의 중심엔 ‘현대 전장의 눈'이라 불리는 능동위상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기술이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AESA 레이더 독자 개발 국가로 폴란드,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정학적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받지 못한다면 직접 만든다” 기술 독립 비화

KF-21용 AESA 레이더 형상.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목표물을 타격함에 있어 화력의 정밀도를 높이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기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과 더불어 잘못된 타격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희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K9 자주포 및 현무 미사일 등 각국이 도입하려고 줄을 선 ‘K-무기’들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우리의 레이더 기술이야말로 수출의 일등 공신이자 핵심 병기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의 레이더가 물리적으로 안테나를 회전시키며 목표물을 찾았다면, 현대전의 핵심은 AESA 레이더에 있다. AESA 레이더는 수천 개의 작은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전파를 쏘아 올려 공중, 지상, 해상의 수많은 표적을 동시에 추적한다.

AESA 레이더 기술 개발을 독자적으로 이루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4년 우리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에 한국형 전투기(현 KF-21)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이전 받기로 하는 '절충교역'을 시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제3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AESA 레이더 기술 등에 대한 수출 승인을 최종 거부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AESA 기술 없이 전투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등 회의론이 쏟아지며 사업 자체가 폐기될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우리 정부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전받지 못한다면 직접 만든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드웨어 개발은 한화시스템이 맡고, 레이더의 두뇌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수만 개의 신호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SW)였는데, 연구진은 이스라엘의 엘타(ELTA)사와 협력해 시험용 레이더를 검증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지 5년여가 지난 2020년 8월, 마침내 ‘KF-21’용 AESA 레이더 시제품이 출고됐다. 한국이 세계 12번째로 AESA 레이더 독자 개발국이 된 성과다.

미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타국에 무기를 팔 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기술 주권을 갖게 됐다. 현재 세계 각국이 ‘K-무기’를 사가려고 줄을 선 상황의 시금석이 된 순간이다.

우리의 레이더 기술이 각광받는 덴 단순한 성능지표 이상의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신속한 전력화가 가능해 적기 공급이 필요한 국가들에게 유일한 선택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험난한 지형과 기후에서도 오작동 없는 신뢰성을 입증했다.

국산 SW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또한 수요국의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시험현장. 한화시스템은 국내 기술로 더욱 고도화되는 ‘천궁-III’의 MFR을 개발할 예정이다. [사진=한화시스템]

■’자주국방’ 기조는 멈추지 않는다

높은 가성비로 최근 미국-이란 전쟁에 히트상품이 된 ‘천궁’ 미사일은 차세대 ‘천궁-III’ 버전에 AESA 탑재를 예고하고 있다.

‘천궁-III’는 기존 ‘천궁-II’를 기반으로 요격 고도, 탐지 거리, 동시 교전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로서, 2034~2035년 전력화를 목표로 약 2조8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천궁-II’ 대비 2배 높은 50km 이상 고도에서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며, AESA 레이더 탑재로 탐지 거리를 4배 확대하고 동시 다중 표적 요격 능력을 강화했다. 마하 5 이상의 고속 표적 및 저고도 활공 미사일 대응이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이 기존 ‘천궁-I’ 및 ‘천궁-II’ 레이더 개발 경험 및 운용 노하우를 접목해 혁신적인 형태의 다기능레이더(MFR)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전투기(KF-21) AESA 레이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다기능레이더(L-SAM MFR) △장사정포요격체계 다기능레이더(LAMD MFR) △울산급 배치-III 다기능레이더(FFX Batch-III MFR) △한국형 차기 구축함 다기능레이더(KDDX MFR) 등 다양한 체계에 AESA 레이더 기술을 적용해 온 바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1월 AESA 레이더의 공대지·공대해 모드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평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2028년 12월까지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산업 등과 함께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레이더가 공중뿐 아니라 지상과 해상의 표적까지 탐지·추적할 수 있도록 기능과 성능을 검증하고 시험평가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대공·공대지 모드 동시 운용 성능도 검증할 예정이다.

공대지·공대해 모드 시험평가가 완료되면, ‘KF-21’은 공중·지상·해상의 모든 표적을 탐지·추적해 전천후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가 된다. 공대공 모드는 2016년부터 10년간 개발과 시험평가를 거쳐 성능을 입증했으며, 올해 하반기 ‘KF-21’에 탑재돼 전력화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은 AESA 레이더 반도체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데 착수했다.

AESA 레이더 반도체는 다기능 레이더, 전투기 AESA 레이더, 저피탐무인편대기, 한국형 스텔스 무인기 레이더 및 광대역 레이더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초소형·고성능 반도체다.

업체 측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수출용 공랭식 AESA 레이더에 더해, AESA 레이더의 핵심부품인 반도체까지 국산화한다면 향후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할 유무인 전투기의 고성능 AESA 레이더 사업에서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레이더 및 방산 분야 전반의 기술 자립도를 제고하고,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의 AESA 레이더 기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 기반 표적 식별과 다영역 통합이라는 미래 기술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AI를 레이더 신호 처리 프로세스에 도입함으로써 수집된 원시 데이터(Raw Data) 속에서 기만체(Decoy)와 실제 위협을 스스로 구분해내는 인지형 레이더(Cognitive Radar) 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육·해·공의 레이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합동교전능력(CEC)을 뒷받침하기 위해 레이더가 단순한 센서를 넘어 통신 노드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다영역 통합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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