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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연의 알고리즘] ‘잘파팝’ 승부수 A2O LITE는 왜 전 세대 밈이 됐나

[편집자주] “요즘 왜 이게 뜨지?” 온라인을 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코너는 검색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비와 생활 속에서 갑자기 커진 관심을 따라갑니다.

[편집자주] “요즘 왜 이게 뜨지?” 온라인을 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코너는 검색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비와 생활 속에서 갑자기 커진 관심을 따라갑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에 지갑을 열며, 일상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요즘의 이유’를 짚어봅니다.

걸그룹 A2O 라이트. 연합뉴스

“Neon and Beyond(네온 앤드 비욘드).”

영어 가사인데 어쩐지 ‘미혼 앤 비혼’으로 들립니다. 아이돌 그룹 A2O LITE(에이투오 라이트)의 데뷔곡 ‘NEON(네온)’에 등장하는 한 구절인데요. SNS에선 원래 가사 대신 ‘미혼 앤 비혼’을 따라 부르는 영상과 댓글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발음의 ‘이혼 앤 비혼’ ‘위염 앤 비염’도 등장했습니다. 노래 한 구절을 엉뚱한 한국어로 바꿔 부르는 재미가 밈으로 번진 건데요. 이후 뮤직비디오의 댄스 브레이크를 AI로 변환한 패러디까지 등장하면서 화제는 더욱 커졌습니다.

A2O LITE는 K팝 대표 프로듀서 이수만이 디렉팅한 9인조 걸그룹으로, 강렬한 사운드와 고난도 퍼포먼스를 내세워 데뷔했습니다. 지난 13일 공개된 ‘NEON’은 발매 약 29시간 만에 멜론 TOP100 1위에 올랐고, 멤버들의 무대 영상도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를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미혼 앤 비혼’에서 다시 ‘네온’으로

A2O LITE의 데뷔곡 ‘NEON’은 3분 28초 동안 강렬한 사운드와 아카펠라 화음, 극적인 브릿지, 고음 애드리브, 댄스 브레이크를 보여줍니다. 멤버들의 실력을 드러내는 고난도 퍼포먼스도 곡의 주요 특징입니다.

이번 안무를 제작한 댄서 제이블랙은 일반적인 아이돌 안무와 달리 난이도를 낮추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 어렵게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제작 비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안무보다는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 셈입니다.

그런데 대중의 귀에 먼저 꽂힌 건 안무만이 아니었습니다. 후렴의 ‘네온 앤드 비욘드’가 한국어처럼 들린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노래의 일부가 원곡과는 다른 의미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사 밈은 원곡을 몰라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확산되기 쉽습니다. ‘미혼 앤 비혼’이라는 문구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비슷한 발음의 말을 새로 만들어 참여할 수도 있죠.

밈을 통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생깁니다. 음악을 듣고 재미있는 장면을 공유하는 데서 나아가, SNS에서 밈을 먼저 접한 뒤 원곡을 찾아 듣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수만의 새 카드, ‘잘파팝’ 뭐길래

A2O LITE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수만의 복귀와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입니다. 이수만은 3년간의 겸업금지 기간을 마친 뒤 A2O LITE를 선보였고, 그룹은 Z세대와 알파세대를 아우르는 ‘잘파세대’를 겨냥한 ‘잘파팝’을 지향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를 설명할 때 사용되지만, 두 세대의 경험과 취향이 모두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A2O LITE는 2009~2013년생 멤버들로 구성됐습니다. 데뷔곡에는 ‘지켜봐 난 잘파 달라진 New Gen’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요.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을 음악에 담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렇다면 잘파팝은 기존 K팝과 무엇이 다를까요?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는 설명만으로 새로운 장르의 특징을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음악의 구성과 비주얼, 퍼포먼스, 팬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실제 차이가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죠.

‘NEON’은 고난도 퍼포먼스를 앞세운 무대와 SNS에서 재창작되는 밈이 함께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다만 이런 요소가 잘파팝만의 특징인지, 오늘날 K팝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화인지는 더 살펴봐야 합니다.

‘이혼 앤 비혼’ SNS 밈 영상 갈무리

이수만·유영진부터 방시혁·민희진까지…뜻밖의 AI 조합

‘미혼 앤 비혼’ 밈은 AI 댄스 패러디로도 이어졌습니다. 원본 뮤직비디오의 안무를 바탕으로 다른 인물이나 캐릭터가 춤을 추는 것처럼 합성한 영상들이 SNS에 등장한 건데요.

특히 이수만과 유영진, 민희진과 방시혁,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등 평소 함께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짝을 이룬 패러디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오랜 동료부터 경쟁 관계로 알려진 인물까지, 뜻밖의 조합이 보는 재미를 더한 것입니다.

AI를 활용하면 기존 콘텐츠를 다른 맥락으로 옮기고 재창작하기가 한층 쉬워집니다. 이용자는 단순히 무대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듭니다.

A2O LITE의 데뷔에서 눈길을 끄는 건 무대와 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룹을 알렸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고난도 퍼포먼스와 강렬한 사운드로 주목받았지만, 이후에는 가사 밈과 AI 패러디가 더 많은 사람에게 그룹을 알리는 통로가 됐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실제 인물의 얼굴과 모습을 합성하는 콘텐츠는 당사자의 동의와 초상권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밈의 재미가 커질수록 재창작의 범위와 책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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