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화·빅테크 구조조정에 직장인 불안감 확산
“이 푼돈 받자고 일하나”…젊은 층 냉소 퍼져
한국도 반도체 성과급 격차에 비슷한 분위기
(ㅍㅍㅅㅅ 이지선 인턴기자) AI가 만든 부의 격차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직장인을 흔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기반 벤처캐피털 멘로벤처스의 파트너 Deedy는 지난 16일 공개한 글에서 현재 베이 에어리어(Bay Area) 분위기를 '정신없다'고 표현했다. AI 호황 속에서 누군가는 막대한 자산을 얻은 반면,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5년간 오픈AI, 앤트로픽, xAI, 엔비디아, 메타 등 주요 AI 기업 종사자와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 약 1만 명이 1인당 2000만 달러를 웃도는 은퇴 가능 수준의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AI 흐름에서 멀어졌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의 불안과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고연봉을 받아도 AI 업계 종사자들처럼 자산을 축적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일부는 계층 이동 기회를 놓친 ‘영원한 하층민(permanent underclass)’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빅테크 구조조정과 AI 자동화 확산까지 겹치며 이런 분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내 기술이 몇 년 뒤에도 필요할까”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Deedy는 현재 베이 에어리어 종사자들을 네 부류로 나눴다. AI 흐름에 올라탄 승자, 방향을 잃은 직장인, 무력감에 빠진 중간 관리자, 그리고 막대한 부를 얻고도 목표를 잃은 창업자들이다.
커리어 방향 자체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AI 분야로 옮겨야 할지, 창업을 해야 할지, 빅테크 입사를 준비해야 할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 푼돈 받자고 계속 일해야 하나”, “몇 년 뒤에도 내 직업이 남아 있을까” 같은 반응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2년 전에 앤트로픽에 들어갔으면 이미 은퇴했을 텐데”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중간 관리자층의 불안 역시 깊다고 짚었다. 생계 부담은 커졌지만 AI 경쟁력을 새롭게 확보하기엔 늦었다는 압박감과, 기업 내 중간관리직 축소 흐름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의외로 부자들마저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 연봉 15만 달러를 받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자산 5000만 달러를 손에 쥔다. 인생 계획이 통째로 뒤집힌다. 누군가는 끝없는 비교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인생 좀 살아보겠다"며 뉴욕으로 떠나며, 또 누군가는 단지 사회적 지위를 위해 회사를 만든다.
Deedy는 경제적 자유를 이미 얻은 한 창업자에게 "그냥 회사 팔고 쉬면 안 되냐"고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그럼 뭐 하게? 지금은 모두가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회사를 팔면 돈만 남잖아."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충분히 잘사는 수준도, 베이 에어리어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Deedy는 이를 "기술 버블 안에서 사회 자체가 비틀려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그가 짚는 변화의 핵심은 이것이다. 그동안 베이 에어리어에는 근속 연수와 지능, 노력과 결과 사이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사회 전체를 뒤집을 만큼의 골드러시가 그 안에서 벌어지자 사람들은 쉽게 무력감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분위기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인생은 운이 99% 같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대자동차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예전에는 현대차가 압도적이었는데 지금은 반도체 업계와 격차가 커졌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호황 속에서 같은 대기업군 안에서도 성과급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반응이다.
온라인에서는 “결국 타이밍과 산업 선택의 시대”, “AI와 반도체가 새로운 부의 중심이 됐다”는 반응과 함께 “비교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결국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 산업 종사자들이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한국에서도 산업별 성과급과 자산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근속 연수와 노력, 실력이 성공의 기준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어느 산업에 어느 시점에 들어갔는지가 더 큰 변수가 되고 있다.
AI 골드러시는 기술 혁신을 넘어 사람들의 커리어와 계층 이동, 성공에 대한 인식 자체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사진=AI생성, 블라인드
(ㅍㅍㅅㅅ / PPSS ) 이지선 인턴기자 press@ppss.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