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애플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 일부를 인텔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설에서 생산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이 최종 확정될 경우, 그동안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가 약 1년간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최근 예비 합의안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물량과 적용 제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설계한 일부 칩을 인텔의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맥(Mac)에 들어가는 자체 설계 시스템온칩(SoC) 대부분을 대만 TSMC에 맡겨왔다. TSMC는 3나노(㎚) 등 최첨단 공정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실상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해왔다.
美 정부 ‘물밑 지원’…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
이번 협상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고위 인사가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 접촉해 인텔과의 협력을 설득했으며, 백악관 차원에서도 미국 내 생산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앞서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이는 반도체 제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첨단 칩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생산 거점을 미국 내로 끌어오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입장에서도 특정 지역과 기업에 집중된 생산 구조는 장기적 리스크로 꼽혀왔다. 대만에 생산이 집중된 TSMC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TSMC 독주 체제 흔들리나…삼성도 협의 중
AI 칩 수요 급증으로 TSMC의 생산 능력이 빠듯해지면서 글로벌 고객사들이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애플은 인텔뿐 아니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도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 관계자들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첨단 공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TSMC 독점 구조 완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그동안 AI 칩과 첨단 공정 생산을 사실상 TSMC가 독식해왔지만,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에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증시에서는 AI 관련 수혜가 엔비디아와 TSMC에 집중되던 흐름에서 벗어나, 메모리·CPU·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대항전’으로 번진 반도체 경쟁
업계에서는 이번 애플-인텔 협력 움직임을 단순한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 차원의 재편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 분석 전문가는 “이번 협상은 가격이나 수율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 안보가 핵심 변수로 작용한 사례”라며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 생태계를 재구성하려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인텔이 실제 양산 단계에서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과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수는 ‘수율·단가·기술력’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인텔의 차세대 공정 수율과 양산 안정성이다. 둘째, TSMC가 단가 조정이나 추가 투자로 대응에 나설지 여부다. 셋째, 삼성전자가 2나노 등 차세대 공정에서 경쟁력을 입증해 추가 수주를 확보할 수 있는지다.
애플의 생산 다변화 전략은 단기적 계약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지형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AI 시대의 칩 패권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 구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잠정 합의가 어떤 파급력을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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