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주요 디바이스 [애플 제공]
애플이 세계 모바일 D램시장에서 가용 물량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하며 경쟁사들의 부품 공급망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리미엄을 얹어 시장을 독점하는 식으로, 삼성과 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의 가격 결정권을 역이용, 안드로이드 진영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적 도박에 나선 형국이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삼성전자와의 2026년 상반기 물량 협상에서 LPDDR5X 공급가 100% 인상안을 즉각 수용했다.
2025년 초 30달러 수준이던 모듈 가격이 70달러까지 치솟았음에도 애플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영업이익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물량을 선점해 미디어텍과 퀄컴 등 경쟁사의 핵심 부품 조달을 차단하려는 의도적 공세로 보고 있다.
후폭풍은 즉각적이다. 메모리 확보에 실패한 미디어텍과 퀄컴은 4나노미터 웨이퍼 생산량을 최대 3만 장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 2,000만 개의 모바일 칩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진율이 낮은 보급형 및 중급형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은 부품가 폭등과 공급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출하량 축소가 불가피해지는 모양새다.
위기의 본질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생산 라인을 전환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급감했다.
트렌드포스는 1분기 D램 계약 가격 상승폭을 최대 95%로 상향 조정했으며, 가트너는 2026년 말까지 D램과 SSD 가격이 합산 기준 130% 폭등할 것으로 봤다.
이러한 메모리 쇼크 상황에서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애플만이 생존을 담보로 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
애플의 행보를 두고 차세대 폴더블 아이폰 등을 위한 절박한 조달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