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장례식 사흘째 수백만명 운집…상징적 순교자 반열에
연일 “킬 트럼프” 구호 쏟아낸 추모 행렬…지도부도 보복 시사
분노의 ‘반트럼프’ 물결
이란 시민들이 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 사흘째 행사에 참석해 있다. ‘반트럼프’ 현수막이 눈에 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3일째를 맞은 6일(현지시간) 추모 행렬이 이란 테헤란 이맘 후세인 광장에서 아자디 광장으로 출발했다. 도심을 메운 붉은 깃발 사이에서 “미국·이스라엘에 죽음을”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란 지도부도 복수를 다짐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향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이란 전쟁으로 축적돼온 반미 정서가 하메네이 장례식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하메네이와 가족의 시신이 실린 관이 이란 국기로 덮인 채 트럭에 실려 이동을 시작했다. 관이 실린 트럭 칸은 시아파 성지의 영묘 내부를 형상화한 격자 장식(하람)으로 만들었다. 추모 행렬에 참석한 인파는 수백만명에 달했다고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조문객들은 트럭에 닿기 위해 손을 뻗거나, 스카프 등 소지품을 통제 요원에게 건네며 관에 닿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AP통신은 “관에 물건을 닿게 해 축복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례 행사 사흘째에 군중의 반미 감정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메네이의 복수자들이여’ ‘후세인의 복수자들이여’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 깃발이 이란 국기보다 더 빽빽하게 거리를 메웠다. 시아파의 대표적 순교자이자 저항의 상징인 이맘 후세인과 하메네이의 ‘순교’가 같은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앞서 나타났던 ‘트럼프를 죽여라’ ‘피가 흐를 것’ 등의 문구는 물론, 불타는 성조기와 트럼프 대통령이 교수대에 오른 모습을 형상화한 모형도 등장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피에는 피” “우리 지도자를 죽인 자를 왜 우리가 죽이면 안 되는가” 등 메시지가 신문 1면에 등장했다. AP통신은 하메네이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란 지도부도 분노와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날 다시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된 골람 호세인 모세니 에제이는 미국·이스라엘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보복 의사를 밝히며 “단호하게 추적하고, 재판에 넘겨 처벌할 것이며,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하마드 모크베르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은 “(살인자들은) 자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 복수는 당국의 의무” “애도가 아닌, 복수가 필요하다” 등 적나라한 표현이 각계 지도층에서 쏟아져 나왔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테헤란을 가득 메운 인파는 이란이 미국 등 서방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전쟁 발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를 시사하며 이란 국민에게 봉기를 촉구한 것에 대한 이란의 응답이라는 분석이다. 전쟁 후 수백만명의 군중을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과 행정력, 내부 통제와 결집을 안팎에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엑스에 “테헤란은 미국이 위성으로 군중 규모를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란이 곧 무너지리라 생각했던 워싱턴을 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장례식에 모인 수많은 인파는 이란의 힘, 위엄, 권위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했다.
장례식은 이란 중부 성지 도시 곰,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나자프와 카르발라를 거쳐 오는 9일 이란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안장과 함께 끝난다. 이 기간에 도로와 공항이 통제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화관 내 코미디 영화 상영이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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