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2026년 6·3 지방선거
압구정동 84% 휩쓸었다…오세훈 당선 좌우한 ‘재건축 지도’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중앙일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꿈나무종합타운에서 열린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연합회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재건축·재개발 공약 소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투표지 부족' 후폭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 6·3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부동산 프리즘으로 되짚어본다. 승부는 100표 중 한 표(1.2%포인트) 차이로 갈렸다. 박빙의 결과와 달리 지역별 표심은 선명했다. 오세훈 시장 득표율 지도를 아파트값 지도에 포개면 거의 겹친다. 득표율은 집값 등고선을 따라 흘렀고, 등고선 정상마다 재건축 깃발이 보인다.
득표율 상위는 재건축·고가 아파트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자료를 행정동별로 분석한 결과 오 시장 득표율 1위는 강남구 압구정동(84.3%)이다. 2위부터 10위도 낯익은 고가 아파트 지역이다. 강남구 대치1동(79.2%)·도곡2동(78.7%), 서초구 반포2동(77.5%) 등이 뒤를 이었다. 1~9위가 자치구별 아파트값 1, 2위인 강남·서초구이고 '강남 3구' 막내인 송파구의 잠실7동(73.5%)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50개 동으로 넓히면 용산구와 영등포구(여의도동), 양천구(목동)가 들어온다.
구별
상위권의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재건축이다. 재건축으로 가거나 통과한 동네다. 가는 동네가 압구정동을 비롯해 대치2동(은마), 반포3동(74.26%, 신반포2차 등), 잠실7동(73.54%,아시아선수촌), 용산구 이촌1동(71.95%,한강맨션), 잠실3동(71.93%, 잠실주공5단지) 등이다. 통과한 동네가 대치1동(래미안대치팰리스), 도곡2동(도곡렉슬), 반포2동(래미안원베일리·아크로리버파크), 서초구 서초4동(서초롯데캐슬클래식 등)이다. 재건축이 끝난 동의 득표율이 더 높다. 재건축 후 집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은 사업이 가장 빠른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하며 재건축 중간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3㎡당 평균 시세가 1억6000만원이 넘는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지금도 동별 최고 시세인데 시장에선 앞으로 재건축 후에는 3억원까지 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적지 않다.
압구정동.
자치구 기준으로 강남3구와 용산구에 이어 오 시장 득표율 4위인 강동구에서 오 시장 1위 동이 둔촌1동(63.4%)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 득표율이 '0'이었다. 옛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00여 가구) 힘이다. 4년 전엔 재건축 공사로 집이 멸실돼 선거인이 없었다. 지난해 입주를 마쳤고 전용 84㎡ 실거래가가 최고 31억원을 찍은 고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다.
재건축의 오 시장 지지는 강북에서도 빛을 봤다. 오 시장이 진 노원구에서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상계동 등에선 표가 많이 나왔다.
재건축·재개발 따라 표심 갈리기도
오 시장 표심은 같은 지역에서도 한결같지는 않다. 강남구에서 압구정동이 84.3%인데 보금자리지구로 개발된 세곡동은 52.7%다. 31.6%포인트 차이다. 두 동의 같은 전용 84㎡ 실거래가가 올봄 압구정 현대14차 58억5000만원, 세곡푸르지오 19억5000만원이었다. 집값 3배 차이가 득표율 30%포인트 차이로 나타난 셈이다. 서초구의 반포2동과 양재2동, 송파구의 잠실7동과 마천2동, 용산구의 이촌1동과 청파동도 20~27%포인트씩 벌어졌다. 행정구역이 아니라 집값과 재건축 이해관계가 좌우했다.
동별
오 시장이 우세한 10개 구 중 9위인 양천구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으로 표심이 갈렸다. 재건축이 활발한 목동·신정동이 높고 재개발이 추진 중인 신월동에선 오 시장이 밀렸다. 강북 대부분의 재개발 동네도 정원오 후보를 지지했다.
그래도 재개발이 오 시장에게 모두 등을 돌린 건 아니다. 오 시장은 정 후보가 구청장을 지낸 텃밭 성동구에서 졌지만 초고층 재개발이 활발한 성수동1·2가에선 이겼다. 용산구에서도 재건축 동네에 못 미쳐도 재개발 지역인 한남·보광동이 오 시장을 밀었다.
사업 후반부에 규제 난관 많아
오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지지에 화답할 수 있을까. 그의 공약 주축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다. 임기가 끝나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목표를 대부분 정비사업에 기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253개 정비구역의 공정표를 전수 점검해 추려낸 85개 구역(8만5000가구)이 2028년까지 착공 목표로 먼저 속도를 낸다. 올해 착공 예정지 중 가장 큰 곳이 용산구 한남3구역(5970가구)이다. 서초구 방배13구역과 방배신동아, 동작구 노량진4·5·7구역, 흑석11구역이 뒤따른다. 관리처분 문턱을 넘어 이주·철거 단계에 들어선 곳들이다.
이들을 뒤이어 2028년 이후에 여의도와 은마, 압구정, 잠실주공5단지, 목동이 대기하고 있다. 여의도 시범이 2029년, 49층 5893가구로 탈바꿈하는 은마가 2030년 착공 예정이다. 이달 초 시공사 선정을 매듭지은 압구정 3·4구역도 2030년 전후 착공을 바라본다. 잠실주공5단지와 목동, 성수 재개발이 2030년 이후 마지막 주자다.
관건은 규제다.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등으로 사업 중반까지는 밀어줄 수 있어도 후반부엔 정부 규제가 가로막는다.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다주택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사실상 막혔다. 이주비가 끊기면 관리처분을 받고도 이주 단계에서 사업이 멈춰 선다. 분양가상한제(강남3구, 용산구)는 일반분양 수입을 묶는다. 분양가가 낮아질수록 조합원이 메워야 할 추가분담금이 불어나 사업 동력이 떨어진다. 준공 후 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이 사업 막판 청구서로 날아든다. 모두 법과 정부 소관이어서 서울시가 손댈 수 없다.
재건축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오 시장이 헤쳐갈 난관이 만만찮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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